이사회 만장일치로 명칭 변경 의결
민주 "의회 승인 없는 개명은 위법"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의 명칭이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뀐 지 하루 만에 건물 외벽에 '도널드 트럼프'라는 글자가 추가됐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러한 작업은 이날 오전 내내 센터 건물 일부가 파란 천막으로 가려지고 주방위군이 집결한 가운데 진행됐다.
케네디센터의 정식 명칭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센터'였다. 이곳은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연방 의회가 추모의 뜻을 담아 법안을 통과시키고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설립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집권 2기에 취임하면서 진보 진영과의 '문화전쟁'의 일환으로 케네디센터 기존 이사진을 물갈이하고, 자신이 직접 이사장을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센터 이사회는 18일 만장일치로 케네디센터의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불과 약 24시간 만에 그의 이름이 건물 외벽에 올라간 것이다.
의회 승인 없이 이뤄진 이번 개명이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 법률은 이사회가 공공 구역에 기념물 성격의 추가 표식이나 명판을 설치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 이사회 결정만으로 이뤄진 센터 명칭 변경은 법률 위반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앤디 김 상원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케네디센터' 간판을 설치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의회 승인 없는 명칭 변경은 위법이므로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저 콜린보 미국 가톨릭대 법학 교수는 "이번 표결에 참여한 이사들은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케네디 전 대통령을 기리는 '살아 있는 기념물'을 유지·관리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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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딴 장소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초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명칭은 '도널드 J 트럼프 평화 연구소로 바뀌었으며, 새로 짓고 있는 백악관 동관에는 '트럼프 볼룸'이 들어설 계획이다.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은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의 이름을 '트럼프 공항'으로 바꾸자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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