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 금융권이 보유한 기업의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부채 감축 카드를 17년여 만에 꺼내든 가운데 출자전환을 검토하는 국유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합병을 결정한 중국의 철강 회사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이 '부실채권 출자전환(債轉股·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다)' 신청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신문은 우한강철이 중국 건설은행과 함께 기금을 조성하고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서만 240억위안의 부채를 줄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은 통합 후 조강 생산능력을 20% 이상 줄일 계획인데,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 비율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 여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주석 생산 업체인 윈난석업도 부실채권 출자전환을 통해 50억위안의 빚을 줄이기로 했다. 이는 지방 국유기업 가운데 첫 사례다. 윈난석업은 자회사가 20억위안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전체 부채 규모가 1000억위안으로 추산되는 중강그룹의 채무 조정안이 부실채권 출자전환 재시행 이후 처음으로 중국 국무원의 비준을 받았다. 중강그룹의 은행 채무는 600억위안으로, 이 중 270억위안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중국이 정부 주도 아래 '채무의 주식화'를 추진하는 것은 과도하게 쌓인 기업 부채가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와 기업을 합친 민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09.8%까지 높아졌다. 지난 5년 간 무려 60%포인트 확대됐다.
신문은 중국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빌어 "부실채권 출자전환의 규모는 연간 1000~2000억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 도입한 부실채권 출자전환 대책이 중국 기업의 부채 비율을 10~20%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이른바 '좀비기업'의 연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폭탄 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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