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달에도 높은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통계를 만든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8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가계에 대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688조4000억원으로 한달 새 6조1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폭(8조6000억원)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2008년 통계를 만든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높은 증가폭이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1조9000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6조2000억원 늘어나면서 증가폭을 키운 후 올해도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9월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한달 새 5조3000억원 늘어난 51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주담대 증가규모는 2010∼2014년 9월 평균 증가액(1조9000억원)을 크게 넘었다.
정부가 지난 8월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을 감축, 분양물의 집단대출 보증심사 강화, 중도금 대출보증 이용 건수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분양시장 과열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김정훈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이달 중에는 주택거래가 견조했고 집단대출 취급이 꾸준히 늘어 주담대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8월 말 시행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을 파악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7월 1만4000호, 8월 1만2000호, 9월 1만1000호로 점차 줄고 있지만 여전히 1만호를 넘으며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계의 마이너스통장대출은 전월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추석상여금이 유입되면서 8000억원 늘어난 16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은행의 기업대출은 분기말 계절적 영향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2조7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은 소폭 늘었지만 대기업 대출이 분기말이라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줄었고, 일부 기업이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 일시상환을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출은 164조원으로 전월에 비해 3000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2조1000억원 증가한 588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은행의 수신 잔액은 1436조8000억원으로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이 지방정부와 일부 기업자금을 중심으로 늘었고, 은행채도 일부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증가폭을 늘렸다.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MMF가 줄면서 473조3000억원으로 11조2000억원 감소했다. MMF는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로 일부 금융기관이 자금 인출, 국고여유자금 회수 등을 실시하면서 13조5000억원이 줄었고 채권형펀드는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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