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日 기온재단 고문, 경운박물관 전시회서 18~19세기 작품 36점 공개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요시다 고지로(79·사진)는 일본 교토 기온재단의 고문이다. 지난 6일 경기여고 경운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철(朝鮮綴)을 아시나요-일본에 전래된 조선 카펫' 전시회에서 소장한 18~19세기 조선철 서른여섯 점을 공개했다. 전시는 내년 2월28일까지 계속된다.
조선철은 모직물로 만든 우리나라의 전통 융단이다. 깔개, 방장(房帳·방문이나 창문에 겨울철 외풍을 막기 위해 치거나 두르는 휘장), 자리, 요 등으로 쓰였다. '계담', '모담', '융담'으로도 불린다. 상당수는 조선시대 통신사를 통해 일본으로 흘러들었다. 주로 귀족 집안에서 걸개나 깔개로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방장으로 사용된 모담 두 점이 한국자수박물관에 남아 있을 뿐이다.
조선철은 일본 전통 축제인 기온제(祇園祭)에서 전해져 내려온 산모(기온제의 화려한 수레)의 장식품으로 자주 쓰였다. 요시다가 처음 접한 조선철도 그런 것이었다. 그는 "1970년 스승에게 '능화문(菱花紋: 마름모 모양으로 된 무늬) 안의 나비'를 짠 한 장의 모직물을 받았다. 어떤 유래를 가진 것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매우 독특했다"고 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출신인 요시다는 조선철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봤다. 특유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수집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경운회에는 제목으로 '조선의 미(美), 조선철'을 제안하기도 했다. 요시다는 "전시된 모철(毛綴)은 세계 어떤 염직 전시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오직 기온 지역에서만 전해진다"고 했다.
요시다가 전시에 열의를 보이는 이유는 고(故) 민길자 교수 때문이다. 조선철에 대한 사랑과 집념을 높게 평가한다. 민 교수는 1987년 교토에서 조선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기온제 유물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요시다는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는 "민 선생과의 인연은 30년을 넘는다. 교토에서 모철을 모사(模寫)하신 것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요시다는 "한국에서 조선철이 처음 공개돼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정확한 유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애호가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조선시대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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