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정약정서 제출요구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한 1100억원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자금 지원시기 등이 불확실해 법적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법원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대한항공ㆍ산업은행의 1100억원 자금지원 약정서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고 수정약정서를 제출해줄 것을 한진해운에 요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약정서를 제출한 당일 수정안을 다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면서 "산업은행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해 제출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2일 한진해운의 운송비 채권을 선순위 담보로 잡아 최대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한진그룹과 전·현직 대주주가 내놓은 1100억원으로 하역 문제를 해소하고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경우 보태겠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이같은 내용의 약정서를 같은 날일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에 제출했다.
약정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이 내놓은 자금이 '모두 소진된 때'에 '내부 심의를 거쳐 지급여부와 금액을 정해'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산업은행이 500억원 지원에 대한 담보를 선순위로 잡으면서 자금 지원 여부나 시기 등을 특정하지 않고 있어 법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부 심의를 거쳐 지원한다고 돼 있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 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돈을 빌리는 한진해운이 을의 입장이지만 담보를 선순위로 제공함에도 시기 조차 특정하지 않은 것은 불리하고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면서 "법적인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약정안 수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채권자 마음대로'인 약정서를 체결한 것은 환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7조원대 혈세를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논란이 불거지자 해운업 구조조정에 혈세 지원이 없다는 원칙을 만들고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냈다"면서 "한진해운에 대한 500억원 지원 결정에 부담을 느낀 산업은행이 환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조건을 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약정안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불허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산업은행의 동의를 얻는 작업으로 법원의 허가가 늦어지고 당장 시급한 대한항공의 600억원 자금 집행도 미뤄지고 있다"면서 "산업은행이 최종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긴급한 자금 집행을 위해 법원이 허가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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