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국내 1위, 세계 7위 국적 선사였던 한진해운. 채권단의 지원 중단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세계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루 24억원씩 불어나는 용선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선박 규모를 줄이고 있어 순위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외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가 집계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의 선복량은 54만1820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중동의 UASC 54만4680TEU에 밀려 세계 11위로 추락했다.
해외 선사들은 한진해운의 물류대란을 틈 타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는 등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하기 위해 태평양항로 신규 서비스를 열었다.
한진해운이 운영하던 노선에 신규 선박을 공격적으로 투입해 물량을 흡수하고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시도다. 머스크는 옌톈~상하이~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항하는 아시아∼미국서안 신규 항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MSC는 아시아∼캐나다서안 신규 서비스를 개시했다.
운임 증가에 따른 해외 선사들의 반사이익도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9위 홍콩 컨테이너선사인 OOCL의 마이클 피츠제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린머니 컨퍼런스에서 "아시아~미주항로에서 7%를 차지하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단기적으로 운임 폭등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진사태로 상당수의 선박이 계선하거나 해체할 가능성이 커 중장기적으로 해운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클라우스 루드 세즈링 동서 항로 최고책임자도 "해운 운임에서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반응이 보이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라며 화물 운임이 단기적으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단기운임 상승으로 머스크의 올해 순이익이 최대 7억6000만달러(약 8453억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즈링은 머스크의 해당 노선 시장 점유율이 기존 7.5%에서 8.1%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 자산 인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한진해운 채권단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현재 외부 기관에서 경영과 인사, 정보통신(IT) 분야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이 보유하거나 빌린 선박 가운데 경쟁력 있는 배를 추려내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이었던 미주노선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해운이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모두 97척으로 이 중 한진해운이 소유한 배가 37척, 빌린 배가 60척이다.
현대상선은 경영컨설팅이 끝나는 11월 중순 이후 이같은 선대 확충, 노선 확대 등을 담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