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구속 때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부재
'2인자' 이인원 부회장 지난달 사망…계열사 전문경영인 줄줄이 소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신 회장의 구속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검찰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검찰이 이날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오는 28일 영장실질검사를 거쳐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은 경영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롯데그룹은 '2인자'로 꼽히던 이인원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후임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최근 롯데쇼핑은 종전의 신격호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등 3인 대표체제에서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으로 신격호이원준 2인 체제로 변경했다. 당시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기인사인 연말까지 신규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회장이 구속기소되면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전무하다. CJ그룹의 경우 2013년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로 이 회장의 공백을 큰 무리없이 메웠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령에 따른 치매로 인해 법원의 한정후견을 개시했고,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모두 장악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이미 구속됐다.
롯데 계열사 전문경영인들도 검찰의 이번 롯데 총수일가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줄줄이 조사를 받고있거나 이미 구속된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도 이미 검찰 조사 중이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구속수사를 받고있고,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과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도 검찰 수사선상에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롯데홈쇼핑의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그동안 조사해왔다.
롯데는 국내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으로 지난 8월 기준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24조원에 이른다. 한국 롯데만 계산해도 전체 자산 91조원, 매출 83조원에 계열사 수가 75개에 이르기 때문에 신 회장 부재시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이후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그룹의 쇄신 작업도 전면 중단됐으며, 화학분야 인수합병과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 롯데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등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주요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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