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1년 만에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데는 '판타스틱 4'로 불리는 투수진 못지않게 강한 타선의 공이 컸다. 그 중에서도 전력 외 선수였던 김재환(28)이 가장 큰 수확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49)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재환이 저 정도로 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그를 최우수선수(MVP)로 꼽았다.
김 감독은 "더스틴 니퍼트(35)나 유희관(30), 양의지(29) 등은 원래 자기 역할을 하는 선수지만 김재환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고 인정했다.
김재환은 21일까지 타율 0.338(461타수 156안타) 36홈런 119타점 103득점으로 타격 부문 상위권에 올랐다. 타점과 홈런은 각각 3위를 달린다. 뛰어난 타격감으로 그가 4번 타자와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차면서 두산 타선에 탄력이 붙었다. 팀이 줄곧 정규시즌 1위를 달린 원동력이다. 특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메웠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까지 백업 선수였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해 1군에서 뛴 2011년부터 다섯 시즌 동안 친 홈런이 열세 개뿐이었다. 그러나 국내 타자를 육성하기 위한 김 감독의 부름으로 출전 기회를 꾸준히 얻으면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대체 선수가 기회를 살려 주전으로 도약하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김재환의 사례만이 아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오재일(30)도 올해 타율 0.325, 25홈런, 85타점으로 활약했다. 1번 타자 박건우(26)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자 MVP인 정수빈(26)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타율 0.333 18홈런 17도루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박건우도 저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두산은 홈런부문에서 열 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네 명이 20위권에 진입하는 등 팀 장타율에서 1위(0.471)에 올랐고, 팀 안타(1411개)와 팀 타율(0.297), 팀 타점(824점) 등 주요 지표에서 선두를 지켰다.
이날 kt에 9-2로 이겨 남은 일곱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OB베어스 시절인 1995년 통합우승 이후 21년 만이다. 시즌 90승1무46패를 기록 중인 두산이 남은 경기에서 2승만 더 하면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세운 KBO리그 한 시즌 최다승(91승) 기록도 경신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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