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나합'스토리 - 권력을 몰아쥔 자의 너그러움을 200% 활용할 수 있겠구나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영의정을 3번이나 지낸 그를, 한명회, 유자광과 더불어 조선 3대 간신으로 지목하는 것은, 조선말의 혼란과 타락상에 대한 염증과 불쾌감을 오로지 그에게 얹어버리는 ‘여유없는’ 매도라고 할 수 있다.
김좌근은 아버지 김조순의 ‘관대한 처세술’을 이어받았다. 별장을 청계계곡에 지어놓고 바둑을 두면서 거문고를 듣는 풍류생활을 즐겼고, 안동김씨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위협하는 정치적 대립자들 이외에는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다.
인간은 하나의 잣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면성을 지닌다. 결심이나 면모 또한 시간에 따라 바뀌기 일쑤이며, 인물의 평가나 역사적인 역할 또한 견해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나주의 야심녀 양지홍을 매료시킨 것은, 바로 김좌근의 너그러움이었다.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받은 자의 여유랄까, 가정적으로 넉넉한 교육의 기회를 지녔던 엘리트로서 그는 유연성과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격변기에 이런 지식인들은 국가나 사회에 많은 해악을 끼치기도 하지만, 세상의 고통에 휩쓸리지 않고 개인적인 복락을 추구하는 데는 이런 처세가 도움이 되는 걸 또 어쩌겠는가.
김좌근을 단죄하기 전에 과연 그 역사적 상황과 입지 속에, 지금의 나를 투입한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를 겸허히 따져보는 것이 훨씬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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