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스의눈]대한민국 신문, 지면편집 '내진 설계'는 돼있을까

시계아이콘02분 0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어젯밤 8시33분 뜻밖에 강한 4.5 경주여진, 조간은 어떻게 보도했나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19일 저녁 8시33분에 발생한 경주의 4.5 여진은, 지난 5.8 강진 이후 딱 1주일만에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이미 공포를 학습한 영남 일대의 주민들은 진동을 느낀 뒤 건물을 뛰쳐나갔고 거리를 서성였고, 전국에서 지진 감지 전화가 국민안전처와 언론사에 빗발쳤습니다.


이 여진이 '뉴스'가 되는 핵심적 이유는, 전문가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강한 여진이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무려 300여 차례의 간헐적인 작은 여진이 계속 되다가 일주일 뒤에 다시 상당한 진도로 흔들린 것이기에, 이걸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기까지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것이 만약 다른 단층대의 지진일 경우나, 영남 일대의 복잡한 단층대가 지난번의 강진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열기가 올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간섭하면서 발생한 지진일 경우, 또다른 강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무척 예민하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수준’의 여진이라는 진단이 우세하기에 섣불리 호들갑을 떨 문제는 아닙니다.

[뉴스의눈]대한민국 신문, 지면편집 '내진 설계'는 돼있을까
AD


[뉴스의눈]대한민국 신문, 지면편집 '내진 설계'는 돼있을까

[뉴스의눈]대한민국 신문, 지면편집 '내진 설계'는 돼있을까


[뉴스의눈]대한민국 신문, 지면편집 '내진 설계'는 돼있을까



오후 8시33분이란 시각은, 한국의 조간신문들로서는 가장 뉴스소화력이 좋은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오후 6시 무렵의 초판(10판, 현재는 없앤 곳도 있음)과 40판이 조간의 핵심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40판은 대체로 오후8시-10시까지 찍는 조간의 중심판입니다. 이후 신문사의 인쇄와 배송 여건에 따라 41, 42판 등으로 추가 개판(改版)을 하게 되어 있죠. 신문사에 따라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최종판의 경우는 서울 중심부에 뿌려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제가 조간을 받아보는 위치는 충무로이므로, 거의 최종판이 오는 게 정상일 것입니다.


이렇게 신문 제작 및 배송 시스템을 감안하면서, 배달된 조간신문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오후 8시40분경 방송(YTN 등)은 이미 지진 발생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었지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거의 비슷한 크기의 사이드(2단) 기사로 다뤘습니다. 조선일보는 4.5 여진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올렸습니다. 중앙일보는 부산지하철이 일시 정차한 내용을 뽑았습니다. 가장 크게 다룬 곳은 한국일보입니다. 지진공포가 되살아났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지진을 피해 밖으로 나온 경주의 주민들이 왕릉 주변에서 텐트를 치는 장면의 사진도 실었습니다.


경제신문으로서는 매일경제가 이 기사를 2단 톱으로 다뤘습니다. 1주일만에 또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무려 3개면을 펼쳐 순발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또 이 뉴스를 2단 톱으로 다룬 곳은 경향신문입니다. 이 신문은 "진원이 남하하며 잇단 여진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헤드라인에 달았습니다. 한겨레는 배꼽 부분 3단 박스로 기사를 처리했고, 안전처의 홈피가 먹통이 된 사실을 부각시켰습니다. 또다른 경제지로는, 파이낸셜뉴스와 서울경제가 1면 주요기사로 다뤘고, 머니투데이는 비교적 귀퉁이에 작게 처리했습니다.


배달된 신문 중에서 동아일보는 이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이 신문의 경우 인터넷판인 아이서퍼 PDF에는 기사가 실려 있네요. 이같은 편집서비스를 어떻게 봐야할가요. 지진 상황 때 제작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거나, 뉴스가 긴급 처리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대 발생한 지진이 서울 한복판에 배달되는 지역에 '뉴스'로 실리지 않았다는 건,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이 시간대에 일어나는 돌발사건에 대한 대응 역량에 의문을 지닐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국경제는 1면에 지면안내 밴드를 붙이는 형식으로 소극적으로 처리했습니다. 경제신문이라는 점을 의식해 '비경제적 사건'이라 판단한 것일까요. 1면에 지진 외에도 다뤄야할, 긴급하거나 중요한 알짜배기 기사들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요.


물론 실제적인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여진을 게재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신문의 '내진 설계'를 말하는 건 좀 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밤 국민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킨 '천재지변'이며, 아직도 진행형의 공포인 이 사건에 대해 신문이 팔을 걷고 나서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문제를 분석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처 홈피의 불통 만큼이나 문제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진이, 한반도의 땅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상황을 말해주는 사인인지 충실하고 정교한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그저 공포감만을 피상적으로 전달한 신문들의 헐렁함 또한 문제지만, 그보다는 독자를 위해 긴박한 시간을 쪼개 콘텐츠를 담으려고 필사적으로 나서지 않는, 나사 풀린 언론의 한 단면을 이번 지진이 노출했다고 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언론들의 내진설계. 이것도 큰 문제가 아닐지요.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