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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림픽 예산 절감' 깃발 든 여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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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본인 급여 50% 삭감 선언 후 올림픽 비용 줄이기 전쟁

'2020 올림픽 예산 절감' 깃발 든 여장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 지사(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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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자기의 급여와 각종 수당 50%를 삭감하겠다고 밝힌 일본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도 지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2020 도쿄올림픽 비용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7월 31일 치러진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자민당의 지지를 얻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 결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자민당ㆍ공명당이 지원한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고이케 지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늦어도 18개월 안에 올림픽 개최 비용 삭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예산만 보면 1989년 후반 정점을 찍고 터져버린 자국의 거품경제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올림픽 예산=그는 도지사 선거 전 올림픽 예산이 애초 예상됐던 3100억엔(약 3조3300억원)의 6배로 불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리우올림픽에는 74억헤알(약 2조5120억원)이 투입됐다. 지사 선거에서 경쟁자로 나섰던 마스다 후보도 "올림픽 예산이 얼마나 들어갈지 가늠할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뒤 일련의 스캔들이 불거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디자인을 백지화했다. 2012년 디자인을 국제 공모했을 당시 공사비가 1300억엔 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후 비용이 계속 늘어 2651억엔까지 불어나자 설계 재공모에 나선 것이다.


도쿄올림픽 엠블렘은 지난해 7월 표절 시비에 휩싸이며 전면 폐기됐다. 사노 겐지로(佐野硏二郞) 작가가 제출해 선정 받은 엠블렘이 벨기에 그래픽 디자이너 올리비에 데비가 제작한 벨기에 극장 로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사노 작가의 엠블렘을 취소한 당국은 새 엠블럼 공모에 나섰다.


고이케 지사는 건자재 값 상승을 고려해 늦어도 올림픽 개최 2년6개월~3년 전 올림픽 예산 최종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장과 2016 리우올림픽 수영장처럼 도쿄올림픽 경기장 중 일부를 임시 시설물로 지어 올림픽 폐막 후 재활용했으면 하고 바란다.


◆스스로 급여 절반 삭감=고이케 지사가 자기 급여와 각종 수당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것은 올림픽 개최 비용 삭감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일 도쿄도의 첫 여성 지사로 취임한 그는 오는 28일 소집될 도의회 정기회에 지사의 급여 삭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례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고이케 지사의 급여는 현재 일본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최고 수준인 연 2900만엔에서 최하로 떨어져 도의회 의원보다 적게 된다. 그는 28일 도의회 정기회 전 중간 보고서를 제출 받아 올림픽 개최 비용에 대해 들여다 보기 시작할 예정이다.


고이케 지사는 "도쿄도 운영 방식 변경으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싶었다"며 자기의 "급여 삭감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지사 선거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TV 방송 진행자로 계속 남아 있었다면 훨씬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이케 지사는 아랍어 통역사, TV 방송 진행자, 특명대신, 환경대신, 중의원ㆍ참의원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효고(兵庫)현 출신인 그는 간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학 사회학부 재학 중 "유엔 공용어에 아랍어가 추가될 것"이라는 신문기사를 읽고 중퇴한 뒤 이집트 카이로로 건너가 공부했다.


카이로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아랍어 통역사로 일하다 1979년부터 니혼(日本) TV, TV 도쿄에서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유명해졌다.


정치평론가 아리마 하루미(有馬晴海)씨는 "지사 급여 삭감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삭감안이 통과될 경우 도의회 의원들도 급여 삭감 압박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성차별적 언동으로 악명 높은 도의회 의원들은 고이케 지사의 발언에 심기가 뒤틀렸다. 고이케 지사의 출근 첫날 도의회 의원 중 그를 만나준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이후 고이케 지사는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그는 일본 최대 수산물 시장인 쓰키지(築地) 이전을 연기했다. 쓰키지는 11월 7일 고토(江東)구 도요스(豊洲)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는 도요스가 과거 화학가스 공장 부지여서 토양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는데도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연기한 것이다.


◆남성 위주 日 정계의 '별종'=고이케 지사는 도의회 의원들이 자기를 '별종' 취급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자기에게 익숙해지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1992년 일본신당의 비례대표 참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참의원을 사퇴하고 중의원 선거에서 효고현 2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중의원 8선을 기록했다.


소속 정당이 이합집산하면서 그도 일본신당,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을 거쳐 자민당으로 옮기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그가 정계 진출 이후 여러 당을 돌며 권력 주변만 맴돌았다고 비판했다.


독특한 경력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고이케 의원은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내각에서 3년간 환경대신을 지냈다. 2004년 9월부터 2년 동안은 오키나와(沖繩)ㆍ북방영토(쿠릴 4개섬) 담당 특명대신도 겸했다.


그는 1차 아베 내각 출범 이듬해인 2007년 7월 방위대신에 기용됐다. 그러나 같은 달 29일 참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이 패한 뒤 아베 총리가 돌파구로 택한 8ㆍ27 개각에서 물러났다.


고이케 의원은 아베 총리 사퇴 이후 치러진 9ㆍ22 자민당 후임 총재 겸 총리 선출 선거에 출마해 '첫 여성 총리' 배출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 완패했다.


고이케 의원은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 총리와 경합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했다. 이 때문인지 같은 해 12월 출범한 2차 아베 정권에서는 별 역할을 맡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번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도쿄도 인구는 1300만을 웃돈다. 예산 규모는 스웨덴과 비슷하다. 아리마씨는 "이제 고이케 지사가 자민당 총재 자리를 노리고 대중적 이미지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국 중 '세습 정치인'이 가장 많은 나라가 일본이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는 세습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자기가 "세습 정치인이 아니기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거침없이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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