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재용식 사업 재편'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평소 "잘 하는 것에 투자하자"는 지론을 갖고 있다. 과거 삼성이 백화점식으로 모든 사업을 해 왔다면, 전 세계가 불황인 현재는 백화점식 경영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대신 삼성이 노하우를 갖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전자ㆍ바이오ㆍ금융 등 주력 사업에 집중 투자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잘 할 수 있는 사업은 더욱 과감한 투자로 키우고, 성과가 없거나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하게 내치자는 '실용주의'가 작용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도체 사업, 스마트폰, TV 등을 중심으로 더욱 키운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만 16조원 이상을 투자해 스마트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V-낸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잘 하고 있는 부분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미래가 될 자동차 전장사업과 VR(가상현실), AI(인공지능) 등에도 집중 투자한다.
이 부회장은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사옥을 자주 찾는다. 전 세계 IT기업이 미래를 꿈꾸며 모이는 실리콘밸리에서 현황을 보고받고, 현지에서 직접 투자할 기업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을 인수해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업 스마트싱스, 삼성페이의 모태가 된 루프페이 등이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다.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사업도 새로운 동력으로 꼽고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 이사회 멤버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자회사 마그네티마렐리의 매각을 검토하자 이를 인수하려는 목적을 두고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와 금융 산업도 지속적으로 그룹 내 존재감을 높인다.
바이오는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신수종 사업으로 떠올랐던 사업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의료, 제약 등 헬스케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의 차세대 캐시카우로 떠오르는 금융 분야도 이 부회장이 주력하는 사업분야다. 경기 흐름에 부침이 큰 제조업 리스크를 상쇄하면서도 그룹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금융 계열사들을 모두 서초사옥을 집결시켰다. 그는 금융 계열사 사장들과 수시로 미팅을 하며 '금융의 글로벌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전자 뿐 아니라 금융사업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며 "어떻게 하면 내수 시장에서 탈피해 금융도 글로벌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비금융계열사가 가진 금융 지분을 사모아 금융과 산업간 지배구조를 명확하게 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을 대비하고 있다.
이외에 이 부회장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처럼 삼성전자의 문화를 바꾸는 것 역시 향후 과제다. 삼성그룹은 '스타트업 삼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기업문화 변화에 힘쓰고 있다. 내년부터는 직급 통일, 수평적 문화 조성 등이 본격화 될 예정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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