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여자골프 우승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리디아 고 '은메달'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16년 만의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
박인비(28ㆍKB금융그룹)가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코스(파71ㆍ6245야드)에서 끝난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보태 2위와 5타 차의 대승(16언더파 268타)을 일궈냈다. 1900년 프랑스 파리올림픽 이후 무려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골프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회는 남자골프만 열렸다.
서로 다른 4개의 메이저 우승컵에 올림픽 금메달을 곁들이는 '커리어 골든슬램(golden slam)'이라는 새 역사까지 창조했다. 1988년부터 프로선수들이 올림픽에 합류한 테니스에서는 슈테피 그라프(독일)와 앤드리 애거시(미국),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이 '골든슬램 클럽'에 가입했지만 골프계에서는 최초다. 박인비는 지난해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신고했고, 2013년 나비스코(ANA)와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을,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루이스 석스(1957년)와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1999년ㆍ이상 미국), 캐리 웹(호주ㆍ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ㆍ2003년)에 이어 LPGA투어 역사상 7번째다.
박인비의 '커리어 골든슬램'이 앞으로 나오기 힘들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열리지만 2024년 이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가운데 현역은 56세의 줄리 잉스터(미국), 42세의 카리 웹(호주) 등 노장이 전부다. 남자골프 역시 비슷하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미 코스를 떠났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마스터스라는 난공불락의 성이 남아있다.
이번 금메달은 올 시즌 내내 지속됐던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불과 2주 전 실전 샷 감각 조율을 위해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마스터스에서 이틀 연속 2오버파의 난조 끝에 '컷 오프'를 당해 고민이 컸다. 박인비는 그러나 "국가의 명예가 걸려있는 만큼 반드시 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날은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었다. 3~5번홀의 3연속버디에 이어 8번홀(파3)에서 버디를 보태 5타 차 선두로 달아나면서 일찌감치 금메달을 예약했다. 그것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동반플레이를 펼친 진검승부에서다. 4, 5번홀에서 5~8m 거리의 버디퍼팅을 집어넣는 등 중, 장거리퍼팅이 쏙쏙 들어가면서 초반스퍼트에 성공했다.
10번홀(파5)에서는 티 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워터해저드로 날아가 위기를 맞았지만 1벌타 후 3번 우드로 침착하게 세번째 샷을 구사한 뒤 그린 프린지에서 퍼터를 선택하는 효과적인 공략을 앞세워 보기로 틀어막는 눈부신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13번홀(파4) 버디와 14번홀(파3) 보기를 맞바꾼 뒤 15, 17번홀의 '징검다리 버디'로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리디아 고는 반면 그린에서 발목이 잡혔다.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더 줄여 2위(11언더파 273타)에서 추격전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의 천금같은 버디로 연장전없이 은메달을 확보했다는 게 위안거리다. 펑산산이 동메달(10언더파 274타)을 차지했다. 한국은 양희영(27)이 공동 4위(9언더파 275타),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 공동 13위(5언더파 279타), 김세영(22ㆍ미래에셋)이 공동 25위(1언더파 283타)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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