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배출가스ㆍ소음 시험서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대해 32개 차종의 인증을 모두 취소하는 처분을 내린 까닭은 이번 사안이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대 3000억원대까지 거론됐던 과징금이 훨씬 낮은 178억원에 그치며 '솜방망이'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폭스바겐에 대한 국민여론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환경부가 2일 인증취소 처분을 내린 32개 차종(80개 모델) 가운데 골프 GTD BMT 등 27개 차종(66개 모델)은 최근까지 판매됐다. 이번 처분에 따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인증취소 차량 규모는 지난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인한 인증취소(12만6000대)를 포함해 총 20만9000대로 늘었다. 이는 2007년부터 국내에 판매한 차량(30만7000대)의 6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청문회에서 폭스바겐측은 "인증서류가 수정된 것은 인정하지만, 해당 차량들은 배출가스 기준과 소음기준을 만족할 수 있으므로 취소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거짓이나 속임수로 인증을 받은 것은 법률에 따른 당연한 인증취소 사안"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관심이 쏠렸던 과징금 규모는 당초 예상을 밑도는 178억원선에서 확정됐다. 현행법 상 소음관련 인증 조작차량에는 과징금을 매길 수 없어 인증취소 32개 차종 가운데 24개 차종만 부과 대상이다. 여기에 과징금 부과율 3.0%, 상한액 10억원이 적용됐다.
과징금 상한액은 법 개정에 따라 7월28일부터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됐으나, 이번 사안에는 개정 이전안이 적용됐다. 이는 폭스바겐 측이 7월28일 이전에 자발적으로 79개 모델의 판매를 중지함에 따라 개정안을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법률 자문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상한액을 100억원으로 적용할 경우 과징금은 680억원으로 산정될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과징금 폭탄을 피하고자하는 폭스바겐측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징금 부과율은 인증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해 매출액의 1.5%가 아닌 3.0%로 적용됐다.
환경부는 향후 폭스바겐이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가처분) 등으로 대응할 경우에 대한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만약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본안에서 환경부가 승소할 경우, 그간 판매한 차량에 과징금상한액 100억원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률 검토가 이미 나온 상태다.
하지만 폭스바겐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00억원에도 못미치는 과징금이 발표되며 비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앞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에게는 약 17조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밝히며 한국 소비자에게는 사회공헌기금 100억원만 내겠다고 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잇따랐다.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폭스바겐이 다시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며 매장 철수에 따른 애프터서비스 차질, 중고차값 하락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지난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드러난 차량 12만6000대의 경우 세부 리콜계획 등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정부 차원의 보완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