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던 24일 오전 11시. 일요일 이른 시간임에도 서울 종로구 윤보선로에 있는 개성공단상회 안에는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이 더러 있었다.
한 개 층 면적이 스무 평이 채 안 돼 보이는 3층 건물 외벽에는 개성공단상회 본점(안국점) 폐점과 폐점 할인을 알리는 현수막이 만국기와 함께 펄럭였다. 건물주가 매달아 놓은 임대문의 현수막과 함께 묘한 조화였다.
개성공단상회 안국점이 오는 31일 폐점한다. 지난 2월11일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5개월 만이다.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30여곳이 생산한 완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개성공단이 가지는 의미를 알리고, 판로를 개척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부분이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다 보니 자체 브랜드와 판로를 갖지 못했다.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백화점에 팔리는 제품이라 품질은 뛰어나지만 판매가격은 백화점 값의 절반도 안 된다. 초기엔 연령층이 높은 고객이 많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30~40대 고객도 늘었다.
안국점은 본점이자 1호점이다. 지난해 6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직접 방문할 만큼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안국점에 앞서 이미 대리점 4곳이 문을 닫았다. 막 운영을 시작하려던 서울 군자역점과 대전 노은점은 시설투자비 등 많게는 1억원까지 손해를 봤다. 강남에 문을 열려던 대리점주는 계약금을 통째로 날렸다.
김진조 개성공단상회 운영총괄부장은 "지난해 5월23일 가오픈하고, 가을부터는 월 4000만~5000만원 정도 매출액을 올렸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상회는 올 연말까지 전국에 점포 30곳을 열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이달 말 안국점이 문을 닫으면 북한산성점 한 곳만이 개성공단의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북한산성점은 상회 조합원이자 대리점주, 개성공단 입주기업이기도 한 아웃도어 의류 생산 업체 팀스포츠 대표가 운영하는 점포다. 개성공단에서 더 이상 물건을 들여올 수 없으니 상회 명판을 유지하면서 국내나 해외에서 생산한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한다.
개성공단상회는 문을 닫지만 상회 법인은 남는다. 김 부장은 "언젠가는 개성공단이 다시 열릴 것이고, 문만 열린다면 다시 출발할 수 있으니 불씨는 남겨둘 것"이라고 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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