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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경영]내 방이 해변이고, 내 침대가 해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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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놀이·여행스터디까지 휴테크의 달인들
번아웃 증후군 직장인 "휴가도 지친다
집에서 에어컨 틀고 잠 푹 자는게 보약"
선글라스, 여행 옷차림으로 공항 산책
여행경험 공유 등 간접체험여행族도


[休경영]내 방이 해변이고, 내 침대가 해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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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대기업 과장인 박영선(38·서울 번동)씨는 이번주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이렇게 바꾸고 '잠수중'이다. 여름이 되기 전 진작 끝마쳤어야 할 중요한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미리 휴가 계획을 잡지도 못한데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말 그대로 '번아웃(Burn-out)' 상태에 빠져버린 탓이다. 매일 종종거리며 속을 끓인 탓에 원형탈모 증세까지 나타나 외출조차 내키지 않는다.

박씨는 "이대로 비행기에 올랐다간 타국에서 과로사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휴가는 집에서 에어컨 틀어 놓고 온전히 푹 자고 잘 먹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학원강사인 최영진(33·경기 수원 장안동)씨는 이번 여름휴가를 집에서 보내고 대신 9월 추석 연휴에 여행을 나설 계획이다. 입시학원 특성상 휴가를 길게 쓰지도 못하는데다 성수기 비행기 티켓이나 숙박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휴가 계획을 미뤘다. 최씨는 "성수기엔 어딜 가도 사람이 많고 바가지 쓰기 십상"이라며 "아직 미혼인지라 명절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덜 붐비는 9월에 휴가를 만끽하려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과 과도한 업무에 쫓겨 '조용한 휴가'를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조차 피로하고 부담스러워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풍조가 반영된 것이다. 여름휴가를 꼭 멀리, 근사한 곳으로 떠나기보다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는 진정한 '쉼'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더해졌다.


다른 한편에선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못해 '대리만족형' 휴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4·서울 봉천동)씨는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만난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함께 일명 '공항놀이'를 즐겼다. 가벼운 옷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나가 가벼운 식사 한끼를 해결한 뒤에는 커피전문점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넋놓고 구경했다.


김씨는 "취준생 처지에 해외여행에 나설 마음의 여유도, 돈도 없지만 하루 정도는 공항에서 여행객들의 설레는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며 "같이 간 친구와는 내년에 꼭 좋은 회사에 합격해 휴가를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여행의 번잡함이 싫어 인터넷으로 여행을 택한 이들도 있다. 직장인 강현아(31·서울 연희동)씨는 여행 동호회 회원들과 일명 '여행 스터디'를 즐기고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시원한 스터디카페에 모여 특정 여행지의 정보와 사진, 언어, 저렴한 항공편과 현지에서 꼭 방문해 봐야할 곳, 쇼핑 목록 등을 나누며 여행을 가 본 듯한 간접 경험을 공유한다. 다음달 여름휴가 기간에는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의 주요 여행지에 대해 스터디하고, 이태원에 위치한 터키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을 예정이다.


강씨는 "인터넷 블로그만 검색해도 상세한 여행기들이 넘쳐나고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는 전문가 작품 못지않은 멋진 풍경 사진들이 잔뜩 올라와 있다"며 "돈 들이지 않고도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고, 언젠가는 진짜 가보겠노라는 희망도 갖게 된다"고 귀띔했다.


[休경영]내 방이 해변이고, 내 침대가 해먹이죠


이처럼 실속 있는 여름휴가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트렌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25~30일 전국의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름휴가 때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이 20대에서 40.0%, 30대 50.8%에 달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여행의 기회가 많아졌고, 좀 더 저렴하게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수기를 활용하려는 여행객들도 많아졌다"며 "각종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여름휴가=해외여행'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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