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이동통신 3사가 유심의 독점 유통을 통해 과다한 마진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는 2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유통업계로부터 제공받은 ‘2014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스마트폰 유심(USIM) 판매 및 가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년 3개월 간 이동통신 3사가 유심 유통을 독점함으로서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된 유통 마진이 117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녹소연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이통 3사가 자사 상품을 유통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독점으로 유통하는 LTE·3G 유심의 가격과 알뜰폰에서 자체 유통하는 LTE·3G 유심 간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동일한 기능의 유심임에도 불구하고 약 3000원의 가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이통 3사가 유통하는 유심의 양이 훨씬 많고, 판로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더 저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은 과다한 유통마진이라고 녹소연측은 해석했다. 이런 과다한 유통마진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설명이다.
◆2014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유통된 이통3사 유심 3910만개=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 3사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2년 3개월간의 스마트폰 유심 판매현황은 3910만개에 달했다. 이통 3사는 LTE 유심 기준 8800원에 대리점과 판매점에 유통하며,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납품받은 가격 그대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통 3사가 지난 2년 3개월 간 대리점, 판매점에 유통한 유심 금액은 총 3000억 원 수준이며, 이통 3사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 3사에서 제공하는 유심만 판매해야 한다. 반면, 동일한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업체 중에는 이통 3사가 유통하는 유심이 아니라 별도로 구매한 유심을 유통·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똑같은 유심, 이통 3사는 8800원-알뜰폰은 5500원=이통 3사가 판매하는 유심과 알뜰폰이 판매하는 유심에서 일부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이통 3사의 유심은 LTE 8800원, 3G 5500원에 유통되며, SK텔레콤은 금융기능이 있는 유심 8800원 일반유심 6600원에 유통된다. 자가 유통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LTE유심 5500원 3G유심 2200원에 판매한다. 부가세를 빼면 3000원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기능적으로는 사실상 동일하다. SK텔레콤의 경우 금융기능을 기준으로 삼지만 타 회사의 LTE유심에 기본적으로 금융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능적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이통 3사의 유심가격을 알뜰폰 사업자가 별도로 구매해 유통하는 유심과 비교했을 때 개당 약 3000원(부가세 제외)의 과다한 유통마진을 얻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기준으로 이통 3사는 2014년부터 2016년 3월까지 2년 3개월간 총 1173억 원(SK텔레콤 571억 5000만원, KT 333억 9000만원, LGU+ 267억 6000만원, 부가세 제외)의 과다 마진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같은 알뜰폰 사업자의 유심이라 하더라도 계약 관계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는 것도 확인 되었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알뜰폰 사업자가 별도의 유심을 구매해 판매할 수 있는 반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가 아닌 KT의 경우 ‘MVNO협정서’에 따라 '유심은 KT가 인증하고 발급한 유심 모델에 한하여야 하며, KT가 인증하지 않은 모델은 사용할 수 없다'고 자사가 유통하는 유심만 판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SK텔레콤 망과 KT 망을 모두 판매하는 CJ헬로비전 유심의 경우 직접 구매해 유통하는 SK텔레콤의 유심은 5500원이며, 통신사로부터 유심을 제공받는 KT 유심의 경우 9900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복수 이상의 알뜰폰 사업자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이통 3사가 자사가 유통하는 유심을 대리점과 판매점에 강제하지 않는다면 통신 유통점들은 알뜰폰처럼 5500원의 LTE유심을 구매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리점, 판매점 유통망을 대표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역시 “이통 3사 거래구조에 생산자와 유통망간 채널을 다양화해서, 대리점, 판매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실질적 부담을 낮춰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혀왔다.
녹소연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유심 유통 다양화만 이뤄지더라도 2015년 연간 기준 약 534억 원의 통신 소비자 부담이 낮아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통 3사가 우월적 지위로 과다한 유통마진을 대리점, 판매점, 소비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며, 이통 3사의 독점 판매행위를 정책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문용 녹소연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복수 이상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유심의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이통3사는 더 저렴하게 유심을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향후 모든 알뜰폰과 더불어 이통 3사의 대리점, 판매점에서도 다양한 유심이 유통되어야 하며, 소비자들도 직접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는 정책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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