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개의 드론 한데 모여 시속 100km 웃도는 속도 경쟁
숨죽여 지켜보다 '와아' 탄성…'관객' 아닌 '승객' 된듯 박진감
초등학생·군인·건축가 등 출전선수 다양…KT, "제 2의 '스타리그' 만들 것"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하늘을 달리는 F1', 지난 주말 박진감 넘치는 드론 레이싱 리그가 치러졌다. 숨 가쁘게 움직이는 이는 없었지만 그 어떤 경기보다 넘치는 박진감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KT위즈파크 경기장에서 KT와 한국드론레이싱협회(KDRA)가 함께 주최한 '2016 대한민국드론레이싱랭킹 1차전'이 열렸다. 세계 대회도 제패했던 초등학생 김민찬 군, 각종 동호회 회원 등 108명이 참가해 저마다의 장비와 기술을 뽐내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드론 레이싱의 팬인 박 모 군(15)은 며칠 전부터 이 날만을 기다렸다. 이미 국내 대회는 물론 세계 대회에서도 몇 차례 우승했던 드론 레이싱 계의 스타 김민찬 군의 비행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드론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 주말 아침부터 수원까지 달려온 것이다.
김민찬 군은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로 지난 3월 '세계 드론레이싱 대회' 프리스타일(곡예비행) 부문과 5월 '기가 드론레이싱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드론 레이싱 계에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박 군은 "드론을 조종할 땐 무선조종(RC) 헬기 등을 지원할 때와 달리 진짜 비행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와 연동되는 고글을 쓰면 비행하는 드론의 시점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군은 "예전엔 파일럿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김민찬 군처럼 유명한 드론 레이싱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드론의 시점이 실시간으로 중계돼 드론 비행의 박진감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공유됐다. 경기장의 4분할된 전광판에는 경주중인 드론 4대의 시점이 그대로 비춰졌다. 고글을 가진 이들은 직접 경기 영상을 자신의 고글로 수신 받아 감상할 수 있었으며, 고글이 없는 이들도 전광판으로 생생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경기 중에는 모두가 숨을 죽이는 장면이 끊임없이 연출됐다. 곡예비행을 하는 전투기처럼 장애물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칠 땐 직접 지켜보는 이들은 탄성을 자아냈고, 고글로 경기를 보던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이날 자리에 있던 이들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드론에 함께 몸을 실은 '승객'이었다.
건축가 최 모씨는 2년 전부터 드론 레이싱을 즐긴 마니아다. 그는 "건축 작업을 할 때도 드론을 자주 쓰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며 "이처럼 박진감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다치지 않는 취미는 드론 경주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한 편에는 이색적인 복장을 한 이들이 경주용 드론을 바쁘게 정비하고 있었다. 짧은 머리에 육군 전투복 차림을 한 김 모 병장과 김 모 상병이었다. 김 상병은 선임들을 따라 드론 레이싱의 세계에 입문했다. 동아리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부대 분위기 속에서도 유독 그의 눈에 띈 건 연병장을 날고 있는 드론이었다.
김 상병은 "드론이 각광받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스포츠로도 즐기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전역 후에도 드론 레이싱을 즐기며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고글을 목에 걸고 전투복 복장으로 김 상병 앞에서 자세를 잡은 김 병장의 모습은 진짜 파일럿 같았다.
이날 대회에서는 소년 고수들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손영록(18)은 총 3라운드 중 최고기록 58.598초로 1위를, 김민찬 군은 59.29초로 2위를 기록했다. 평소 라이벌이었던 두 소년의 기록은 불과 0.69초 차이였다. 이들은 중국에서 열리는 '상하이 아시안컵(23일)'과 '심천 아시안컵(8월13일)' 출전권도 획득했다.
KT는 적극적으로 드론 레이싱을 지원하고 성장시킬 계획이다. 매 분기별로 랭킹전을 개최할 계획이며 다음 달 5일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전 세계의 유명 선수들이 참여하는 '기가 드론 레이싱 월드 마스터즈'를 개최한다.
KT 관계자는 "KT의 통신 기술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론 레이싱을 제 2의 '스타크래프트 리그'로 키우고, 나아가 드론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 사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한국의 e스포츠 문화를 만들고 시장이 자리 잡는 데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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