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해운과 용선료 협상을 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혀 온 캐나다 선주사 시스팬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22일 해운전문 외신 스플래시에 따르면 게리 왕 시스팬 회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은 단기 유동성 위기만 극복하면 잘 운영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 사태는 단순히 해운산업뿐 아니라 한국의 수출과 준법국가라는 명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내가 한국 정부라면 한진해운 뒤에 단호히 버티고 서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앞서 왕 회장은 지난 17일 영국의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협상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용선료를 인하할 바에는 한진해운에 대여한 컨테이너선을 모두 거둬들일 것이라는 입장까지 내놨다.
그는 "만약 한진해운 측이 우리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선박을 거둬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용선료 인하가 적법한 것인 양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왕 회장은 지난 14일 조양호 회장과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 사옥에서 만나 용선료 조정에 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당시 한진그룹은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왕 회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으나, 정작 왕 회장은 면담 이후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며 한진해운과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시스팬은 12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사다. 한진해운은 이 회사로부터 1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7척을 빌려 운영 중이며 지난달 기준으로 1160만달러(약 138억원)어치의 용선료를 연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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