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7년만에 철수 결정…유로존 은행들 감원바람 영향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산탄데르은행 한국사무소는 올 하반기 내로 사무소를 접고 한국 시장을 떠날 계획이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산탄데르 한국사무소의 기존 인력들은 홍콩으로 흡수하고 서울 사무소는 정리하기로 했다"면서 "사무소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탄데르은행의 이같은 한국사업 철수는 스페인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글로벌 전략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탄데르은행 국내 사무소는 지난 2009년 금융위원회에 사무소 신설 인가를 신청한후 7년간 우리 금융시장과 은행업 관련 정보수집, 본점과의 연락망 역할을 해왔다. 외국계은행 고위관계자는 "외국은행 사무소가 허가받은 업무영역이 워낙 제한적인데다 한국시장 진출가능성도 낮게 보고 철수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유로존은행들을 중심으로 인력감원이나 구조조정 바람이 불다보니 한국 사무소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무소는 채용인력이 많지 않은데다 요즘엔 사무소 설립 없이 지점으로 바로 들어오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나쁘게 볼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은행 사무소들 다수가 지점 승격을 위해 태핑(Tappingㆍ사전 수요조사)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산탄데르 은행 사무소의 철수는 여타 외국계은행의 한국시장 진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시장조사와 본점 연락망 기능만 하고 있는 외은 사무소는 총 18개다. 작년 10월 인도 SBI은행이 지점으로 승격됐고 미국 노던트러스트 은행도 올해부터 지점 승격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외에 외국은행 사무소들 중에선 지점 승격에 나서고 있는 사무소는 전무하다.
1857년 지방은행으로 출발해 급성장해온 산탄데르은행은 유럽과 북남미 등지에 1만4000여 지점과 1억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한 자산규모 기준 세계 15위 은행이다. 브라질,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등 라틴권에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유로존 소매금융 강자'인 산탄데르은행은 한국 진출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08년 은행장 취임을 앞두고 산탄데르은행에서 5주간 교육연수를 받은 후 청라국제도시에 '한국판 산탄데르' 조성을 계획했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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