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와 친(親)이민 정책을 주장해온 영국 여성 하원의원이 지역구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지는 일이 발생해 유럽이 큰 충격에 빠졌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영국 현역 의원 피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노동당 소속 조 콕스(41·사진) 의원은 이날 오후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지역의 버스톨에서 유권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다가 "영국이 우선이다(Britain First)"라는 말을 외친 한 남성으로부터 총을 맞고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영국에서 현역 의원이 피살당한 것은 26년만에 처음이다.
콕스 의원의 피살이 향후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번 사건으로 극우주의의 위험성과 극단적 브렉시트 주장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EU 잔류 진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브렉시트 우려가 부각되면서 이날 2개월래 최저치(1.40달러)로 내려갔던 파운드 가치는 콕스 의원의 피살 소식 이후 1.42달러까지 상승했다. 유로 대비로도 파운드는 1.26유로로 0.66% 상승 중이다.
미국 금융사 웨스턴유니온의 조 마님보 애널리스트는 "콕스 의원이 브렉시트 반대론자였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그에 대한 동정론이 일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주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콕스 의원은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하면서 그동안 친이민주의, 다문화정책 등을 펼치는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들은 용의자가 외친 '브리튼 퍼스트'는 반(反)이민, 반EU를 모토로 하고 있는 극우 단체 이름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단체측은 자신들은 용의자를 알지 못하며 이번 사건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포함한 브렉시트 찬반 진영은 일제히 캠페인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23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투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영국의 EU 탈퇴를 우려했던 주변국들도 콕스 의원의 사망 소식을 극한 대립에서 빚어진 충격이라고 표현하면서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콕스 의원의 죽음은 비극이다"라고 말한 캐머런 총리의 말을 인용했다. 독일 일간 디 벨트는 콕스 의원이 EU 잔류와 시리아 내전 종결과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군사적 대응 등을 주장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꿨다"라고 전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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