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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에어컨, 시원하다는 이유로 잃는게 너무 많다..'여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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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에어컨, 시원하다는 이유로 잃는게 너무 많다..'여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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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여름이다. 덥다. 습관적으로 에어컨의 온도를 낮춘다. 길어진 여름만큼 우리가 에어컨에 노출된 시간도 부쩍 늘어만 간다. 에어컨이 없는 여름은 이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 돼버렸지만 그 부작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전작 '녹색성장의 유혹'으로 알려진 저자 스탠 콕스가 이번에는 3년에 걸쳐 에어컨에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신간 '여름전쟁'을 내놓았다.


스탠 콕스는 전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의 원인이 에어컨에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에어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세상을 사람이 살아갈만한 공간으로 유지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지구온난화로 매년 기온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에어컨 바람은 더 강해지고, 에어컨에서 나오는 열기로 바깥 온도는 계속 높아져만 가고, 늘어나는 냉방수요로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는 '더위의 악순환'은 심각한 에너지 낭비와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공기를 조절하다(air-conditioning)'는 의미의 에어컨은 그 이름이 주는 분위기상 언뜻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비효율적인 기구이다. 에어컨은 석탄 발전소나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들어오는 상당한 양의 유용한 에너지를 쓸모없는 열로 변환한다. 쓸모없는 열로 변환되는 에너지의 양은 에어컨을 통해 집이나 사무실로 유출되는 열에너지 양보다 많다. 이런 에어컨으로 인해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도 2002년과 2010년 사이 최대전력수요가 19%나 늘었으며, 덥고 습한 미 최남단의 경우는 37%나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매년 여름 전력난에 시달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


저자가 분석한 에어컨의 부작용은 환경적인 부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교육, 문화, 건강, 부동산 등 에어컨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에어컨으로 인해 사람들은 여름철에 야외활동 대신 실내에만 틀어박혀 있게 됐으며, 운동부족으로 비만이 되기도 쉬워졌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짧아졌고, 교육시간이 늘어난 반면 집중력은 떨어졌다. 중앙에어컨 시스템이 보급된 이후 미국 주민들은 건축비 절감이 어려워졌고, 자동차 유지비는 더 많이 들게 됐다. 심지어 창문을 열어 실외 공기를 순환시켰을 경우보다 에어컨 온도를 낮췄을 경우에 사무실의 생산성이 더 떨어졌다는 싱가포르의 사례도 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부문은 신체적인 변화다. 에어컨 본체와 냉각 코일, 물받이에는 다양한 박테리아, 곰팡이, 원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렇게 미생물에 오염된 에어컨은 비염, 가습기 열병, 천식, 과민성 폐렴, 레지오넬라병을 유발한다. 에어컨을 많이 쐬거나 켜두고 자면 부신에서 생산되는 코르티솔이란 호르몬 분비에 차질이 생겨 아침에 일어나기도 더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더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줄면서 더위에 적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


"에어컨의 시대가 도래한 뒤로 서구 사회에서는 오히려 알레르기가 그 어느 때보다 흔하게 보이는 질병이 되었고 천식은 매 10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는 형편이다...(중략)...에어컨 때문에 아이들은 미생물이 풍부한 야외에서 놀지 않고 실내에서 걸러진 공기만을 마시며 놀게 되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면서 면역체계를 강화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208~209p)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에어컨 없이 뜨거운 여름을 버틸 수 있을까. 스탠 콕스는 이에 대해 실현 가능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간단하게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가전제품의 전원을 끄는 것부터다. 식기세척기, 온수기, 커피메이커, 세탁기, 건조기 등의 가전제품은 집 안에 현열과 잠열을 더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이들 제품의 전원을 끄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열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건물 외벽의 색깔을 가벼운 색상으로 칠하거나 건물 지붕에 식물을 심어 태양열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또 정책적으로 추진돼야 할 거시적인 방안도 있다. 에너지 소비를 전반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누진 소득세와 유사한 '누진' 요금제를 운영하는 것이 전기요금 단가를 일괄적으로 올리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 태양 복사열을 이용해 건물을 냉방하는 방안은 이 중에서도 으뜸가는 방법이다. 한여름 태양이 가장 강하게 내리쬘 때 활용할 수 있으며,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냉매도 필요없다. 이밖에도 대형 열 저장체 설치, 자연 채광이나 서늘한 조명, 열섬효과를 줄이려는 지역사회의 노력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에어컨의 보편화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 하나는 '온도의 다양성'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무의식적으로 에어컨을 켜기 전에 저자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인류에게는 냉방이 잘된 고립된 공간으로 피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폭염을 견딜 힘이 있다. 온도 조절이 되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실제 생태계와 마주하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319p)


(스탠 콕스 / 추선영 옮김 / 현실문화 / 1만6500원)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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