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올 시즌 K리그 13경기서 6득점
다섯 아이 육아, 선수생활 지속하는 힘
송진형·김태환도 '아빠파워'로 맹활약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아빠들이 K리그 클래식을 접수하고 있다.
다양하다. 10년차가 넘은 아빠부터 시작해 새내기 아빠까지. 아빠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가장 큰 힘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통해 힘을 얻는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로 뛰고 집에서는 육아를 돕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빠들의 발끝은 여전히 날카롭다.
'대박이 아빠' 이동국(37ㆍ전북)은 오남매의 아빠다. 인천 송도에 있는 집에 쌍둥이 딸 재시ㆍ재아(9), 또 다른 쌍둥이 딸 설아ㆍ수아(3), 아들 시안(19개월)군 이 있다. 육아는 그를 지치게 하기는커녕 일류 골잡이로 뛸 수 있는 힘을 준다. 지난해 7월 14일부터 KBS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평소에는 소속팀 숙소가 있는 전북 익산에서 생활하지만 촬영이 있을 때마다 송도로 가서 아이들을 본다. 때로는 아이들이 전주로 내려가 아빠의 경기를 본다.
이동국은 올 시즌 대기록을 쓰고 있다. K리그에서 통산 425경기 186골 66도움, 공격포인트를 252개나 쌓았다. K리그 역사상 가장 많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열세 경기 여섯 골이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 MVP가 되면서 "아이들과 촬영을 시작하면서 훈련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됐다. 난 항상 아이들을 지켜주는 슈퍼맨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동국은 전북 현대와 지난해 12월 8일 2년 재계약했다. 2019년까지 선수로 뛴다. 최강희 전북 감독(57)은 이동국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그는 "(이)동국이가 오남매 아빠기 때문에 앞으로 5년은 더 뛰어야 한다. 막내가 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뛰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수시로 많이 했다.
새내기 아빠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송진형(29ㆍ제주)은 딸 하은(12개월)양을 위해 뛴다. 지난해 7월 세 가족이 됐다. 송진형은 출산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올 시즌을 앞둔 1~2월 동계훈련에서부터 한 발 더 뛴다는 각오로 노력한 결과 몸 상태를 최고로 유지한 채 올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송진형은 올해 정규리그 열세 경기에서 네 골과 도움 세 개를 기록했다. 그의 맹활약 덕분에 제주 유나이티드는 최근 여섯 경기에서 4승 2패, 순위표는 3위에 올라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46)은 "(송진형이) 딸이 태어난 뒤 더 힘을 내는 것 같다"고 했다.
김태환(27ㆍ울산)은 이제 막 아빠가 됐다. 지난 9일 아들을 얻었다. 6월초부터 경기가 많고 훈련 일정이 바빠 아직 이름도 짓지 못했다. 그러나 대번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오른쪽 수비에서 날개로 포지션이 바뀌는 변화도 있었다. 김태환은 수비보다 공격에 더 능하다. 그는 "아들을 생각하면 '나올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가족을 생각하면 더 뛰게 된다"고 했다.
김태환은 열네 경기에 나가 골과 도움을 각각 하나씩 기록했다. 그의 진가는 공격 포인트보다 내용에 있다. 울산은 최근 네 경기에서 3승 1패를 했다. 윤정환 울산 감독(43)은 "(김)태환이 덕분에 공격 밸런스가 맞는다. 육아 때문에 앞으로 더 힘들텐데 체력 관리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조국(32ㆍ광주), 데얀(35ㆍ서울), 염기훈(33ㆍ수원), 김두현(34ㆍ성남) 등도 대표적인 아빠 K리거들이다. 아빠들의 질주는 18~19일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에도 이어진다. 빅매치들이 기다린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올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같은 날 리그 선두 전북은 다크호스 인천 유나이티드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만난다. 제주 유나이티드-포항 스틸러스(18일 제주), 광주FC-성남FC(19일 광주)도 주목해야 할 경기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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