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그룹 심장에서 전신(全身)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온 화학·서비스·유통 3대 분야의 밑거름이 '검은 자금'으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4일 오전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여곳 포함 총 15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롯데칠성음료, 롯데닷컴 등 유통·식음료 업체와 최근 상장을 추진했던 비상장사인 코리아세븐 등도 포함됐다.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은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해당 계열사 주요 임원들의 자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 수사인력을 동원해 해당 계열사들의 자산관리 내역 및 자금흐름이 담긴 자료들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계열사 동원 횡령·배임 혐의를 입증할 증거확보 차원의 압수수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룹 컨트롤타워로 기능해 온 정책본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포함 계열사 간 자산거래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중동 등지에서 원유 등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지사를 통해 직접 원료를 들여오는 대신 복수의 페이퍼컴퍼니, 계열사를 동원해 중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영국, 중국, 폴란드,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지에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13일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Axiall Corporation)사 인수를 포기했다.
검찰이 그룹 서비스 분야 성장을 책임져 줄 숙원사업 제2롯데월드 관련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 주시공사다. 신 회장 측근으로 통하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한국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며 리조트 등 계열사 자산가치를 저평가한 뒤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정황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국내 다른 기업에 비해 그동안 기업공개가 돼 있지 않은 계열 가족기업과의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가족간 내부거래에도 수사의 방점을 찍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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