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부패와 전쟁 되풀이…정국 주도권 잡는 효과, 레임덕 자초 우려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2011년 9월20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출범을 알렸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대적인 사정의 칼날을 세웠다. 저축은행 수사는 정국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여권은 정국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검찰 칼날은 한쪽으로만 향하지 않았다.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씨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청와대 참모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심지어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렸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대통령 친형)도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2012년 7월 구속기소됐다.
대통령 임기 4년 차 검찰의 '사정(司正)'은 역대 정부에서 반복됐던 사안이다. 권력의 균형추가 현재 권력에서 미래 권력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터져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권 핵심부 입장에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정·관계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임기 4년차 사정 정국은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처럼 '레임덕'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당시 터진 수서 비리 사건도 청와대 인사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연이어 구속되면서 여권의 힘을 약화시켰다. 김대중 정부 당시 터져 나왔던 각종 '게이트' 사건도 임기 4년 차에 벌어졌던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선을 1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형성되고 있다. 검찰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들어가면서 각종 다른 이슈는 관심의 영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4년차 '사정 바람'이 양날의 검(劍)으로 작용한 측면은 있지만, 박근혜 정부도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검찰이 표방했던 '외과수술식'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여권과 검찰 모두 장악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환부만 도려낸 뒤 신속히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면 '부패 척결'에 대한 과실만 챙긴 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역대 임기 말 사정과는 다른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검찰이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 비리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 수사가 핵심 이슈로 급부상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광철 변호사는 "롯데그룹 수사가 진행되면서 홍만표 전 검사장 얘기가 쏙 들어갔다. 이번 수사는 검찰의 이해와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청와대 의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면서 "다만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 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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