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자이 244㎡ 시세보다 5억원 비싼 32억원에 매입
실거주·투자 '두마리 토끼'…"집값 상승 부추겨"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차이나 머니'가 서울 강남지역의 금싸라기 아파트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시세보다 최고 5억원 높게 매물을 사들이며 자본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주변 집값까지 덩달아 오르며 집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소재한 '반포자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244㎡ 두 채가 각각 32억원에 팔렸다. 같은 단지와 주변 단지 등의 평균 시세보다 3억~5억원 높은 거래 사례다. 이 주택형으로는 역대 최고가이기도 하다. 최근의 거래 평균치는 27억~28억5000만원 수준이다.
인근 D중개업소 대표는 "매매거래된 주택은 반포자이 단지에서 가장 큰 주택형"이라며 "11층과 12층에 위치해 있어 조망권 프리미엄도 크지 않은데도 굉장히 이례적인 가격대로 거래가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인(매수인)이 위층과 아래층을 동시에 매입하려 하면서 매도인과 협상이 길어지고 가격도 오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반포동은 2000년대 들어 재건축을 통해 고급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3.3㎡당 평균 4000만원대 분양가 시대를 여는 등 분양가 고공행진의 진원지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인들이 이곳의 주택을 사들인 이유는 전체 3410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고급 아파트단지여서 상대적으로 거래가 잘 되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실제로 거주하기에도 편리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교통편이 좋기도 하고 거주에도 편리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대형 아파트가 많은 반포동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쇼핑은 강남 전역으로 그 대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반포동 T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일대 새 아파트에는 중국인들이 이미 여럿 거주하고 있다"면서 "얼마 전에도 중국인 10여명이 반포자이 옆 '래미안 퍼스티지' 뿐 아니라 강남의 주요 아파트들을 둘러보고 갔다"고 전했다.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역에 국한됐던 중국인들의 투자 대상이 서울 강남 등지의 고가 아파트나 빌딩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들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부동산 거래에 나서면서 주변의 집값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중국인들의 투자가 부동산투자이민 적용 지역에서 서울로 확산하는 건 예견돼 있던 것"이라면서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고 투자 지역이 대상이 확대된다면 해외 사례에서 보듯 집값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증시 불안 등으로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늘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 집값은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서 이뤄진 전체 주택거래(금액기준)에서 중국인이 3분의1을 차지하며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호주 부동산에도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240억 호주달러(약 21조원)를 투자했다.
중국 당국이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 자금을 제한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향후에도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부동산투자이민제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외국인의 주택 매입·신고 절차가 내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진입장벽도 낮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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