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김보경 기자, 유제훈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법제사법위원장을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들이 20대 국회역시 7일까지 제때 개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데 더민주는 교착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중대 결심을 했다"며 "법사위를 과감하게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더민주는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하고, 법사위원장은 야당몫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는데 이같은 기존 입장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간 법사위를 더민주가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던 것은 현재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왔고, 특정당이 운영위ㆍ예결위ㆍ법사위를 독식하는 전례도 없었다"며 "균형과 조화 원리로 국회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본다면 특정당이 국회운영위원회와 예살결산특별위원회, 법사위를 독식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면에 맞게 국회의장은 야당 출신이 맞는 게 타당하다"며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작동하도록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야당에 양보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7일 국회가 개원하려면 오늘 중에 다시 협상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곡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최근 새누리당의 협상 태도 변화와 관련해 청와대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 경고했다. 당초 요구하지 않았던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이 갑자기 요구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새누리당의 협상 태도와 전략변화에 만약 청와대가 개입되어 있다면 이는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는 일"이라며 "국회를 어떻게 운영하고 상임위원장을 어떻게 배분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여야간 자율적 타협과 대화 속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구성 협상 전망이 여전히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우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꼼수'라며 반발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0일 협상과정에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해서 참았다"면서 "(당시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을 주겠다면서 뭘 달라고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여당은 국회의장은 야당에 양보하더라도 운영ㆍ예결ㆍ법사위 등 세 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제가 볼 때는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조금 더 (협상이) 교착상태로 진전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 입장에서는 통 큰 양보지만, 받아들이는 쪽(새누리당)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제가 접촉해 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생각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