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디오픈 제패해 여섯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근접, 마지막 퍼즐은 마스터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이제부터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예비 주자 2명을 소개한다.
다섯 차례에 걸쳐 매주 화요일 연재한 <불멸의 영웅> 에필로그 편이다. 첫번째 주인공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2011년 US오픈을 기점으로 2012년 PGA챔피언십과 2014년 디오픈을 제패해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25세 이하의 나이에 메이저 3승을 수확한 세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마스터스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매킬로이가 바로 타이거 우즈(미국) 못지않은 '골프신동'이다. 1989년생으로 2살 때 드라이버로 40야드를 날려 천재성을 과시했고, 5살 때 주니어 라이더컵에서 유럽팀 우승을 이끌었다. 10살 때는 우즈에게 "당신을 잡으러 가겠다"는 당찬 편지로 화제가 됐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해 2009년 유러피언(EPGA)투어 두바이데저트클래식을 제패해 월드스타로 떠올랐고, 2011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신고했다.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4승을 쓸어 담아 마침내 우즈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고, 2014년에는 디오픈에 이어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2연승'이라는 금자탑까지 쌓았다. 지난해 마스터스가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메이저 3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사냥'의 무대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매킬로이가 US오픈까지 메이저 4연승, 이른바 '로리슬램'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달콤한 전망을 곁들였다.
매킬로이 역시 2014년 디오픈 우승 직후 9개월이나 남은 마스터스를 겨냥해 일찌감치 '오거스타 공략법'을 만들고, 제프 녹스(미국)라는 51세의 아마추어골퍼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2014년 마스터스 셋째날 동반라운드를 펼친 녹스와의 사연이 재미있다. 매킬로이가 둘째날 공동 46위에 그쳐 최하위로 3라운드에 진출한 게 출발점이다.
위에서부터 두 명씩 조 편성을 하다 보니 혼자 남았고, 주최 측은 어쩔 수 없이 오거스타 회원 녹스를 '특별 마커'로 붙였다. 레귤러 티에서 무려 11언더파를 작성한 경험이 있는 '오거스타 고수'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녹스는 실제 이날 2언더파를 쳐 매킬로이의 1언더파를 능가했다. 매킬로이는 "녹스처럼 오거스타 그린을 잘 파악하는 골퍼는 처음 봤다"며 연습라운드 동행을 요청했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는 그러나 조던 스피스(미국)가 첫날부터 8언더파를 몰아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해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350야드에 달하는 장타에 '송곳 아이언 샷'을 가미한 막강한 공격력을 감안하면 공동 4위가 오히려 아쉽다. '아킬레스 건' 퍼팅 때문이다. 오거스타는 특히 '유리판 그린'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스피스의 '짠물퍼팅'이 먹히는 이유다.
매킬로이는 그러자 지난 연말 시력교정수술을 통해 '매의 눈'을 장착했고, 지난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캐딜락챔피언십에서는 '크로스 핸디드(cross-handed)'를 선택해 승부수를 던졌다. 왼쪽 손목의 꺾임을 자연스럽게 방지해 짧은 퍼팅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퍼팅 그립이다. 모든 행보가 마스터스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끝난 올해 마스터스에서 이렇다 할 스퍼트를 보여주지 못한 채 공동 10위로 밀려 우승에서 더 멀어졌다. 이번에도 스피스가 걸림돌이 됐다. 3라운드까지 54홀 최저타(16언더파)를 수립해 매킬로이의 의지를 꺾었다. 4타 차 선두로 나선 최종일 '12번홀의 악몽'에 발목이 잡혀 대니 윌렛(잉글랜드)에게 우승컵을 상납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매킬로이는 2라운드까지 1타 차 2위에 포진해 가능성이 보였지만 3라운드 5오버파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라는 매킬로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부담이 압박감으로 작용했다"고 털어놓으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마음을 추스렸다. 매킬로이가 불과 27세라는 점에서 지구촌 골프역사상 여섯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라는 건 분명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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