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결국 소비세율 인상 시기를 기존에 정한 시기보다 2년 반 늦은 2019년 10월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야당의 아베노믹스 비판 수위를 높일 뿐더러, 집권당 내 불협화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 28일 밤 아베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간사장과 회담을 갖고 이같이 전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당초 정해진 소비세율 인상 시기는 내년 4월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10월에서 한 차례 연기된 것으로, 두 차례나 연기한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신문은 이 자리에서도 '예정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일부 참석자들의 주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소 부총리와 다니가키 간사장은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하려면, 1차 연기 때처럼 중의원을 해산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아베 총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이날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 측 간부에게도 전화를 통해 "2년 반 연기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달라. 꼭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지만, 이 간부는 "지금 당장은 결정할 수 없다"며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을 위해서는 확실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결정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임기 내에는 소비세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18년 9월 종료되며, 자민당이 당내 규칙을 변경해 총리 임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사실상 다음 총리로 공을 넘기는 셈이다.
또한 이 시기는 차기 참의원 선거(2019년 7월) 이후로, 소비세율 인상이 다음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야당의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아베 총리의 소비세율 인상 재연기는 취임 이후 내건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며 공산·사민·생활당과 공동으로 오는 31일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불신임안은 여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중의원에서 부결될 전망이지만,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앞서 야당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향후 정권 운영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번 결정이 소비세율 인상과 경감세율 도입 등을 전제로 연합해온 공명당과의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재정건전화를 중시하는 아소 부총리와 다니가키 자민당 간사장과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미우리(讀買)신문도 전문가를 인용해 "소비세율 인상 연기는 사실상 재정 건전화 목표 달성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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