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오픈의 미션 "넘버 3를 잡아라", 윌렛과 카이머 등 "유럽전사 총출동"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세계랭킹 3위를 잡아라."
왕정훈(21)의 유러피언(EPGA)투어 3주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위한 미션이다. 19일 밤(한국시간) 아일랜드 K클럽(파72ㆍ7350야드)에서 개막하는 아이리시오픈(총상금 400만 유로)이 바로 '넘버 3'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호스트로 나서는 빅 매치다. 하산2세 트로피(총상금 150만 유로)와 모리셔스오픈(총상금 100만 유로) 등 지난 2주간 우승했던 무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존폐 위기의 고국 대회를 살리기 위해 두바이면세점을 타이틀스폰서로 유치했고, 리키 파울러(미국) 등 친분이 있는 월드스타들을 직접 초청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어니 엘스(남아공)에게는 남아프리카오픈에 출전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정도다. 새 여자친구 에리카 스톨을 처음 공개해 뉴스를 만들었고, 소아암을 알리고 기금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곁들였다.
올해는 총상금을 지난해 250만 유로에서 400만 유로로 대폭 증액해 자연스럽게 특급매치의 면모를 완성했다. 출전 선수의 면면이 더욱 화려해진 이유다. 매킬로이를 비롯해 '마스터스 챔프' 대니 윌렛(잉글랜드)과 '왕년의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마틴 카이머(독일),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 등 내로라하는 유럽의 전사들이 총출동했다.
왕정훈으로서는 그야말로 월드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호기다. 현지에서는 이미 최연소 2연승의 주인공에게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EPGA투어 역사상 3연승의 주인공은 닉 팔도(잉글랜드)와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등 딱 2명의 '골프전설' 뿐이다. 300야드가 넘는 장타에 하산2세 트로피에서의 눈부신 퍼팅 능력과 모리셔스오픈에서 보여준 신기의 벙커 샷을 떠올리고 있다.
세계랭킹 70위로 올라서면서 한국의 리우올림픽 태극마크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는 점이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25위 안병훈(25ㆍCJ그룹)과 45위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 69위 이수민(23ㆍCJ오쇼핑)에 이어 네번째다. 티켓은 딱 2장이다. 이 대회에 이어 다음주에는 '유럽의 메이저' BMW PGA챔피언십(총상금 500만 유로)에 연거푸 등판할 예정이다.
한국은 또 다른 유럽 챔프 이수민이 '루키 돌풍'을 꿈꾸고 있다. 왕정훈에 앞서 지난달 25일 중국원정길에서 EPGA투어 우승이라는 '잭팟'을 터뜨렸고, 이수민 역시 2년짜리 투어카드를 확보해 기회가 충분하다. 왕정훈이 턱밑까지 추격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양용은(44)이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등판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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