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미국도 돈세탁 천국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환상적으로 부패한 국가' 실언 여파가 미국에까지 이르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2일(현지시간) 캐머런 총리 주재로 런던에서 열린 반부패 서밋에서 조세회피 지역 대표들이 미국을 집중 성토했다고 보도했다.
앨런 벨 맨 섬 수상은 미국을 "주요 비밀보장지역이자, 조세 회피 천국"이라며 약 10번 가량 외치며 "조세 법령이 약한 델러웨어주 내 한 빌딩 안에 등록된 기업이, 맨 섬 내 등록된 기업의 수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앨던 맥클러린 케이맨 제도 수상도 미국을 '위선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세계 지도자들은 반부패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미국 델러웨어와 와이오밍주를 제외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행사에서 부패가 테러만큼이나 세계에 위협이 된다는 발언을 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앞에서도 당당했다.
캐머런 총리도 이들을 거들었다. 캐머런 총리는 미국이 "도전에 직면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등록된 델러웨어주는 투명성이 결여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해외 영토와 케이맨 제도와 같은 왕실령의 경우 오너십에 대한 정보 및 조세 정보를 자동적으로 외국 조세당국과 공유키로 맹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희망과는 달리 대표적인 조세 회피지역으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기업 소유 정보 공개 요구를 반대했다.
FT는 이번 회의를 통해 부패 국가가 '못사는 국가'에서 '해양 조세 피난처'로 옮겨갔다가 다시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캐머런 총리가 카메라가 켜진 줄 모르고 무심결에 나이지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환상적으로 부패한 국가"라 언급하며 구설수에 오른 영향이다. 이 발언이 알려진 후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세계 돈세탁의 중심지 런던에 흘러 들어간 나이지리아 검은 돈부터 돌려 달라"고 맞받아친 바 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