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 예사…학생관리 소홀해져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교사들은 잡무 때문에 정작 본연의 일인 수업과 학생관리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정모(32)씨는 토요일에도 쉬지 못한다. 최근 스카우트 담당교사가 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연간계획표부터, 예산 관리, 학부모위원회 구성 업무까지 관여해야한다. 모든 활동에 참여해야하는 것은 기본이다.관련 행사가 주말에 열리면 주말 출근도 해야 한다.
정씨는 "청소년단체일까지 왜 일반교사들이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교육적효과 때문이라면 오히려 관련 전문강사를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업무 때문에 정작 중요한 수업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박모(26)씨는 "공문 중에서 자료집계 업무가 만만치 않다"며 "어떤 사건이 터지면 국회의원들로부터 관련해서 자료 집계하라고 엄청 내려온다"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설 참교육연구소가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조합원 12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행정업무'(35%)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부 교사들은 시설관리 업무에 시달린다.
지난달 25일 보건교사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건실 관리와 학생건강 관리로도 힘든 보건교사들이 저수조 물 관리, 공기질 관리, 교내외 소독 등 학교시설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일하는 김씨는 "우리 학교에만 해도 뇌종양을 앓는 학생, 인공심박동기를 착용하고 있는 학생 등 수시로 돌봐야 할 환자가 50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아프거나 학교에서 다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데 보건교사는 1명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번 메르스 때 학교 소독도 내가 혼자했다"면서 열악한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보건교사 A씨 역시 "학교에서 보건교사 1명을 두고 온갖 업무를 다 하라고 한다"며 "보건실 환자관리, 보건수업, 심폐교육, 공무원건강검진 관리 등등을 하고 있는데 보건법이라면서 안전시설관리 도면을 넘겨주고 시설물 페인트는 보건업무라고 했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B씨는 "학교먹는 물, 실내공기 질, 교내외소독 및 학교폭력 자치위원회, 위기관리위원회 참석 등의 업무를 한다"며 "업무가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제대로 보건업무를 할 수가 없다. 내가 보건교사인지, 잡무를 담당하는 교사인지 헷갈린다"고 전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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