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서구 화원중학교서 하루 교사 체험...부모,조영래변호사,은사,딸 등 '내인생을 바꾼 스승들' 소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문제원 수습기자]"조영래 변호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정의의 관점과 통찰력을 배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강서구에 있는 화원중학교에서 스승의날을 맞아 ‘일일명예교사’ 체험에 나서 학생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스승의 날을 4일 앞둔 이날 화원중학교 교과교육실에서 학생 33명에게 ‘내 인생을 바꾼 스승들’(스승들)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고등학교 선배인 조영래 변호사를 스승들 중의 하나로 꼽으면서 "(조 변호사가)세상을 바라보는 정의의 관점과 통찰력을 가르쳐 줬다"며 "과거 보도지침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이 있던 시절 선배를 바라보면 너무 대단했었다"고 말했다.
또 부친 박길보씨와 모친 노을석씨를 스승들 중 첫번째로 꼽기도 했다. 박 시장은 중학생 시절 왕복 30리나 되는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추운 겨울에도 새벽부터 일어나야 했는데 그 때면 아버지가 미리 쇠솥 위에서 따뜻하게 데운 운동화를 내줬었다며 추억을 되새겼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이었던 박칠경 선생님, 경기고 강송식 선생님 학창 시절 은사들을 '스승들'로 소개했다. 박 시장은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우주가 달라진다”며 “공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지막 일곱 번째 내 인생의 스승으로 자신의 딸을 꼽았다. 박 시장은 “어느날 전화를 받았는데 끊고 나서 딸이 ‘왜 전화를 그렇게 불친절하게 받냐’고 해서 정신이 바짝 들었다”며 “3명만 있으면 그 중 반드시 한명의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배우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한테나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특강 장소는 박 시장을 구경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까치발을 들고 뒤에서 일일교사의 얼굴을 보려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으려는 학생 등 수십명이 몰려들어 복도가 꽉 막혔다. 일부 학생은 찾아가 악수를 청하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강연을 듣는 학생들은 내내 박 시장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적극적으로 특강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박 시장이 강연을 끝내고 교실 밖으로 나가자 “시장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강연을 들은 3학년 5반 김서현양은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사람에게 바로 앞에서 강연을 들으니 신기했다”면서 “어느 곳에서나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3학년 4반 최승연양은 “앞으로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춘 화원중학교 교장은 “입시가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요즘은 중학교 때부터 교육의 초점에 공부에 맞춰지고 있는데 박 시장의 말처럼 학생들이 무엇보다 좋은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특강에 앞서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학교지원 사업으로 바뀐 화장실을 둘러봤다. 화원중학교는 학교 화장실 개선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돼 총 8억6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총 20개의 화장실 공사를 마쳤다.
공사에는 전문 설계자뿐 아니라 학생과 선생님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화장실 디자인과 색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의견을 내 자신들이 사용할 화장실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특강을 시작하면서 “서울시는 돈만 조금 낸 것 뿐이고 화장실 공사는 여러분들이 다 한거나 마찬가지”라며 “세상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이 얼마나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서 세상은 바뀐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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