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질의 고자는 告者나 告子, 혹은 告刺로 쓴다. 첫번째 告者는 하늘에 고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성한 호칭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밀고자(密告者)의 의미로 쓰이면서 세속화되었다. 몰래 알리는 자라는 의미로, 이것이 가장 그 말의 유래에 가까워보인다.
두번째 告子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사이에 쏙 끼어들어, 인간은 선인으로도 악인으로도 태어나지 않았으며 다만 교육에 따라 갈라질 뿐이라고 중재안을 내놓은 위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이 한 일을 고자질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교육의 힘을 알리고 그것이 본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신의 메시지를 고자질한 사람으로 본다면 이 또한 버릴 얘기는 아니다.
세번째 告刺는 예로부터 쓰이던 말로, 우리 말로 하면 '찔러바침'이란 의미다. 고자질의 원뜻에 가장 가깝다. 옛 문헌이나 오래된 신문(1991.8.10. 경향신문 '여적')에서도 발견되는 말이다. 요즘도 "상부에 찔러버리겠다, 언론에 찔러버리겠다"는 협박을 일삼는 이가 많으니 옆으로 쿡 찔러 전한다는 '찌를 자(刺)'의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렇다면 고자질 = 내시질이란 등식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고자(庫子)는 궁궐이나 관청의 비품을 지키는 관직이었다. 특히 궁궐의 경우, 고자는 대개 환관이었기에 고자(鼓子)와 넘나들며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 진나라 환관 조고(趙高)는 사람을 가리켜 말이라고 해도 따른다는 고사를 낳은 전횡적인 정치가인데, 이 환관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사람들에게 남아 사람을 욕할 때 '조고의 자식(高子)'이라고 욕했고, 그 뜻은 고자(鼓子)라는 의미였다고 하니 이래저래 환관과 고자는 자주 같이 다니는 낱말이었음엔 틀림없었던 것 같다.
어원을 살펴보노라면, 이 낱말이 함의하는 행위에는 권력관계가 숨어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몰래 알려주는 것이다. 원래 하늘에 고해 바치는 사람에게서 나온 점도 그렇고, 찔러바치다는 고자(告刺)에도 그런 뉘앙스가 남아있으며, 우리 말을 '일러바치다'에도 상하관계가 엿보인다. 즉 고자질은 권력을 충동시켜 정치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라는 점이 낱말 속에 숨어있는 셈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