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일본 조선업계는 1970년대까지 세계 1위였다. 일본은 당시 해운강국을 기반으로 조선업도 함께 성장시켰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수주량의 절반가량을 일본 선사(해운업체)로 부터 받으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당시 일본 조선업체들의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50%을 넘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조선업계는 우리 조선업체들에게 이른바 '넘사벽'이었다.
일본 조선업계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80년대 초반 일본 정부가 불황기에 선박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탓이다.
일본조선업체들이 도크의 절반을 닫아버리는 조선합리화 정책을 단행했다. 60여개에 달했던 조선업체들은 20여개로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20%로 떨어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선박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다. 일본의 실수는 한국 조선업계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과감한 시설투자와 함께 일본 조선업계의 우수 인재 영입으로 한국 조선업은 일본을 딛고 1위에 올라섰다.
2003년에는 1960년대 세계 조선업 1위 스웨덴 말뫼 조선소의 상징물이자 자존심이었던 코쿰스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매입했다. 한국 조선업의 최절정이었다.
이제 한국의 차례다. 스웨덴, 일본에 이어 한국 조선업은 30여년간 지켜온 세계 조선업 왕좌 자리에서 내려오고 있다. 1980년 초반 일본처럼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과거 일본이 했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이후 조선산업에서의 인재 배출이 모두 끊겼다.
인재 양성의 원천이었던 도쿄대학교마저 1999년 조선학과를 폐지한 후 일본에서 조선학과는 모두 사라졌다.
이는 일본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일본 조선업은 핵심 인재의 부족으로 최첨단 선박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마바리조선, 오쉬마조선,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은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등 모든 산업 전반에서 1등으로 평가받는 일본이 유독 조선업에서 2등 국가 취급을 받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대규모 적자에 따른 조선업체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용효과가 크다 보니 인력을 감축해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경영적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인력 감축에만 초점을 둔 정부 주도의 획일화된 조선업계 경영정상화 방안은 위험할 수 있다.
더구나 연구개발(R&D) 등 핵심 인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인력 감축은 신중해야 한다.
80년대 일본 조선업 구조조정의 처참한 실패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코 정부가 부실 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시장에 맡겨 각자 생존력을 찾자는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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