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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5월, 우리는 안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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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5월, 우리는 안전합니까?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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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출근하면 컴퓨터의 전원을 누른 다음 차(茶)를 내린다. 새벽 차는 향기가 갑절이다. 일찍 출근한 후배, 지난밤 '격전'을 치른 옆 자리 동료에게도 한잔 따라준다. 새벽 첫 차는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과 같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차 중의 차는 홍차다. 인도식당이나 네팔식당에 가면 반드시 차를 마신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다르질링 홍차(Darjeeling tea)를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한다. 다르질링은 인도 북쪽에 있다. 네팔과 부탄 사이에 쐐기처럼 박힌 땅. 1986년 오늘,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가 이곳에서 죽었다.

텐징은 히말라야의 셰르파(등반대의 길 안내나 짐 운반을 하는 티베트계 네팔인)였다. 그는 1953년 5월29일 존 헌트가 이끄는 영국 등반대의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 올랐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힐러리와 헌트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고 텐징에게는 대영제국 훈장을 주었다.


텐징이 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 때는 여섯 번이나 실패를 경험한 뒤였다. 1947년 얼 덴먼이 이끄는 등반대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갔을 때는 6700m 지점에 몰아친 폭풍 때문에 실패했다. 덴먼은 등정을 포기하고 대원 세 명과 함께 철수했다.

여섯 번 실패하는 동안 살아남은 텐징과 그의 동료에게 경의를 표한다. 등산 장비와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고산 등반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도전이다. 수많은 산악인이 히말라야의 제단에 그들의 생명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조지 말로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말로리를 모르는 사람도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 "산이 거기 있으니까(Because it's there)"라는 말은 안다. 그는 1924년 6월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실종됐고, 국제 탐색대가 1999년 5월1일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영화 '히말라야'의 주인공은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다 죽은 후배 산악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후배는 주인공과 함께 등반을 하다 죽지 않았다. 단지 이전에 칸첸중가 등반을 함께했을 뿐이다. 그런 후배의 시신을 거두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실존인물이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등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무려 열 명이 희생됐다. 대원 여섯 명, 셰르파 네 명. 기어이 정상에 오른 그가 희생된 동료의 사진을 눈 속에 파묻고 '이제 편히 쉬라'며 오열하는 동영상 기록이 있다. 그러나 살아남은 누구도 죽은 영혼에게 편히 쉬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희생은 최악의 실패다. 훌륭한 대장은 대원을 잃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1911년 12월15일에 인류 최초로 남극을 밟았다. 아문센은 동료 네 명과 함께 무사히 귀환했다. 한 달 뒤인 1912년 1월17일 남극을 밟은 영국의 로버트 스콧은 동료 네 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리더의 가장 큰 목표는 동료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어야 한다. 희생을 무릅쓴 성취는 공허할 뿐 아니라 부도덕하다. 남극을 가장 먼저 밟은 아문센은 그 업적뿐 아니라 자신과 동료의 목숨을 오롯이 지켜냈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세상의 리더들은 많은 약속을 한다. 정치가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는 발전하고 일자리가 늘며 조국은 통일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오직 죽음만을 보았다. 메르스와 세월호, 봄날의 죽음. 모두 '불가피한 죽음'은 아니었다. 그러니 거짓말을 들었다.


죽음을 목격한, 그럼으로써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당한 사람들은 누구로부터도 위로받지 못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우리에게는 물을 말이 하나 더 늘었다. "안전합니까? 정말 저는, 제 가족은, 우리는 안전합니까?" 불행한 일이지만, 대답도 진실도 우리 짐작 안에 있다.






허진석 문화스포츠레저부장 huhba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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