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한국은행(한은)은 27일 "마이너스 정책금리의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된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 등 실물경제에 대해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 그 효과에 대해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한은이 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김보성·박기덕·주현도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연구부 조사역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마이너스 정책금리 운영은 그간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온 '제로금리 하한'에 대한 인식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통화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유로지역 실물경제 동향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현재로서 유효성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연구부는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유로지역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은행이 시장점유율 위축을 우려해 예금금리를 음(陰)의 영역으로 인하하기 어려운 점이 마이너스 정책금리의 유효성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나 대규모 자본유출입 등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며 "소규모 개방경제는 급격한 자본유출입 변동에도 유의해야 하는 만큼 기축통화국 중항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과 운영에 더욱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로지역과 덴마크, 스웨덴, 일본 등 국가에 대해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부문으로 나눠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해당 국가들의 단기 시장금리가 올해 3월 기준 모두 마이너스 수준으로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 시장금리가 하락하자 국채 등 장기채권 금리도 하락했고, 이로 인해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국채가 늘어 만기도 장기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 예대금리도 대체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의 경우 국가별로 상이했다. 유로화 가치는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엔화는 국제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수요가 증가해 오히려 통화 가치가 상승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소규모 개방경제'인 덴마크·스위스·스웨덴 등은 대체로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해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실물경제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지역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고, 덴마크와 스위스 등도 경제성장률이 둔화됐고 물가상승률도 낮은 수준으로 지속됐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연구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인 저성장·저물가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주로 기인한 것"이라면서도 "부분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예대금리 하향 조정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등 금리경로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한 데 따른 측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경로 작동이 제약되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부과에 따른 은행의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유로지역 은행들이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동 비용 부담을 수익성 악화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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