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의 하나로 여신심사를 강화했지만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통계 편제 이후 3월 기준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16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49조억원으로 한 달 동안 4조9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이는 전월 증가폭인 2조9000억원보다 2조원 늘어난 수치다.
이정헌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2008년 통계 편제 이후 3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 상승했다"며 "작년 하반기 집단대출 분량이 많이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3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3월(4조6000억원)에 비해 소폭 높았고, 2010~2014년 3월 평균(7000억원)에 비해서는 7배가량 많았다.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은 486조9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4조4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도 지난해 3월(4조8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줄었지만 2010~2014년 3월 평균(1조3000억원)에 비해서는 3배 이상이었다.
정부는 2월부터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수도권에서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심사를 까다롭게 했다. 다음달부터는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심사가 강화된다. 주택구입용으로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1년을 넘길수 없고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나눠 갚도록 여신심사가 강화됐지만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봄 이사철 수요로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7100가구로 1월(5400가구)과 2월(5000가구)에 비해 높았다.
지난달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나머지 대출잔액은 161조4000억원으로 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34조원으로 한달 동안 7000억원 늘었다. 이 중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165조원으로 2조5000억원 줄었고 중소기업은 569조원으로 3조2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법인세 납부 수요 등으로 늘었고 대기업 대출은 일부 기업이 분기말 부채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일시 상환을 하면서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은행의 수신잔액은 1404조9000억원으로 2월보다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4월 중 기업 배당금 지급을 위한 자금 확보로 증가했고 정기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는 유동성 사정등 영향으로 은행의 조달유인이 약화돼 각각 3000억원과 1조3000억원 줄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전월대비 11조1000억원 감소한 44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가 2월에 비해 13조2000억원 줄어들면서 103조4000억원으로 줄었고 주식형 펀드도 1조4000억원 감소했다. 파생상품 등 신종펀드는 8000억원 늘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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