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육성책은 말뿐…공공기관 뿌리깊은 외산선호
-시흥시 데스크톱 가상화 사업 입찰
-해외업체에만 특화된 시스템 사양
-국내 업체들은 입찰 자격조차 없어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경기도 시흥시는 지난 3월 데스크톱 가상화(VDI) 시스템 구축을 위한 물품 구매 입찰 공고를 냈다.
VDI는 서버를 데이터센터에 두고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웹을 통해 회사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이다.
시흥시의 입찰공고가 나오자마자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아연실색했다. 시흥시가 첨부한 물품구매 산출 기초 내역서에 'PCoIP 프로토콜(단말기 사양)'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 기능은 해외 데스크톱 가상화 업체인 VM웨어에 특화된 것이다.
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시흥시 입찰공고 내역서는 사실상 'VM웨어를 선정하겠다'는 뜻으로 국내 SW 업체는 입찰 자격조차 없다.
국내 한 SW 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동차를 구매할 때 벤츠 상표가 달려있는 차를 구매하라는 말과 똑같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지난 2012년에 실시한 입찰공고에서도 특정 외국계 업체를 암시하는 내용을 공고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시흥시는 '납품되는 모든 서버, 스토리지, 단말기, 가상화SW 등은 단일 제조사 제품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업체는 오라클 뿐이다.
국립 한국교통대학교 역시 최근 특정 해외 기업을 염두에 둔 시방서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교통대는 '공동PC실 데스크톱 가상화 구축'을 위한 구매ㆍ설치 시방서에 'VDI(VM웨어 호라이즌 뷰) 기반의 제로 클라이언트 도입 및 구축'이라는 문구를 사업목적이라고 표기했다. 이는 대놓고 VM웨어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명시한 것이다.
국내 한 SW 업계 관계자는 "공공 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은 SW의 기능이나 성능을 엄밀히 따지기보다 막연히 외산 제품이 더 안정적이고 성능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관들은 특정 기업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구매 내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기관의 것을 참고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그러한 내용이 들어간 것 같다"며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교통대 관계자는 "문제가 된다면 수정해서 다시 공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SW 업계 관계자는 "막연하게 외산SW가 더 좋을 것이라는 담당자 개인의 판단에 의해 국산 SW가 배제되서는 안되며 성능테스트(BMT) 등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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