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3곳을 설립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씨가 복잡한 절차를 거쳐가면서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져, 과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은닉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 협회(ICIJ)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중개해온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 씨가 세운 회사는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GCI 아시아'(GCI Asia), '럭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등 모두 3개다. 이 회사들은 모두 1달러짜리 주식 한주만 발행되는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였다. 하지만 설립 과정 자체가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침에 따라 설립 배경에 대한 의혹도 더해지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배경에는 노 씨가 2011년 3월 부인 신정화씨가 이혼 소송과 함께 재산분할, 자녀양육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도 민감하게 맞물려 있다는 추측도 있다. 재산 분할을 위해서는 노 씨의 재산 공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 씨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갔다면 이를 감추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이와 관련해 노 씨는 탈세, 비자금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노 씨는 중국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회사를 만들었지만 사업이 무산돼 계좌개설도 하지 않았다면서 조세 회피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에 나온 한국인 명단을 입수해 탈세가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이어서 향후 노 씨의 주장이 사실인 지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조세회피처에 한국 전직 대통령이 아들 이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전두환 전 재통령의 아들 전재국씨가 과거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된 전례가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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