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150만 건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에 한국이름 195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통해 재계 주요 인사들의 조세회피처 신상명세가 공개된 이후 사회적인 파장과 함께 세무당국의 사정바람을 겪은 터라 이번의 폭로에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ICIJ와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한국이름 195명의 명단공개의 실체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 씨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번 자료에는 주소지를 한국으로 기재한 한국 이름이 195명 등장했으며, 재헌 씨의 경우 주소지가 한국이 아니어서 195명 중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이들 195명의 회사설립 관련 사항 등을 담은 취재물을 지속적으로 보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의 의혹제기에 대해 노씨는 "조세피난이나 비자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SK측은 "개인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계 인사가 포함된 명단이 추가로 공개될 경우에는 파장이 2013년 당시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에 뉴스타파가 제기한 역외탈세 의혹에 연루된 재계 인사들만 해도 수십여명에 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를 비롯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당시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 이수영 OCI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선용씨, 김병진 전 대림산업 전 회장, 배전갑 전 대림코퍼레이션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부회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최은영 회장측은 "페이퍼컴퍼니를 이미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명단공개 후 국세청은 48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총 1324억원을 추징했고, 이 중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역외탈세로 보거나 마녕사냥식 몰이를 해서는 안된다"면서 "무차별적인 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사실규명과 관련당사자의 해명을 우선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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