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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몰카'로 확 떴던 교수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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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 - '방송인'보다 '과학자'이길 원했던 천체물리학자 조경철

'역대급 몰카'로 확 떴던 교수님의 비밀 조경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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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천체물리학자 고(故) 조경철 박사.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아폴로 박사'라는 별명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TV로 해설하다가 흥분해 의자에서 넘어졌던 해프닝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오늘(4일)은 조 박사가 태어난 지 87년째 되는 날이다. 그를 그저 TV에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과학 이슈를 설명해 주던 사람으로만 보면 곤란하다. 조 박사는 2010년 81세의 나이로 별세하기까지 국내 천문학자들이 일하는데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쓴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조경철 박사는 격동의 시기에 태어나 많은 시련을 겪었다. 1929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난 그는 영재 소리를 듣던 청소년기를 거쳐 1947년 김일성종합대학교 광산학과에 1회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곧 김일성을 암살하는 단체를 지원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가 대한민국으로 망명한다. 이후 '오빠생각' 등을 작곡한 유명 음악가 박태준 교수의 추천으로 연희대 물리기상학과에 입학해 천문학도의 길을 가게 됐다.


한국전쟁 때 총상을 입고 후방으로 전출된 조 박사는 육군사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근무한다. 육사 생도 1기생인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등이 그의 수업을 들었다. 연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단돈 120달러를 쥐고 미국에 간 그는 전공을 정치학에서 천문학으로 바꾸고 석·박사 학위를 딴다.

박사 학위 취득 이후엔 미국 해군 천문대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천체물리학은 미국-소련(현 러시아) 냉전시대 우주개발 경쟁 붐을 타고 인기가 치솟았다. 조 박사가 1996년 경향신문에 썼던 칼럼에 따르면 박사학위를 딸 무렵 교수 연봉의 배가 넘는 3만~4만달러를 제시하며 여러 기업들이 취업 제의를 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과학자로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1968년 박정희 정부가 추진하던 해외 유치 과학자 1호로 귀국하게 된다. 한국에서 홀로 어렵게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고국에 정착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해외에서 날리던 과학자들을 데려왔지만 박정희 정부의 지원책은 형편없었다. 정착금 10만원을 지급한 게 다였다. 연구 기자재도 시설도 부족했다. 그런 이유로 유치과학자 11명 중 10명이 돌아가고 조 박사만 남았다고 한다. 1970년에는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리즈에서 남자주인공 부인 역을 맡았던 배우 전계현 씨와 결혼한다.


이후 조 박사는 한국의 천문 과학 발전을 위해 힘쓴다.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건 역시 우리 나라 최초의 국립천문대를 만든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처를 내 집 드나들듯 하며 "문명 국가에 천문대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1974년 국립천문대가 발족했고 4년 후인 1978년에 소백산 관측소가 준공됐다.


그는 대중에게 가까운 과학자로 기억된다. TV 브라운관에 자주 얼굴을 비쳤다. 앞서 언급한 '아폴로 박사' 해프닝 이후 "입담이 좋다"는 평을 들으며 방송에 데뷔했다. KBS '8시에 만납시다' 등의 프로그램을 비롯해 과학이슈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였다. 1992년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이경규가 맡았던 인기코너 '몰래카메라'에 출연했다. UFO가 나타난 현장을 꾸며 조 박사를 꾀어냈다. 경찰과 방송리포터, 증언자까지 동원해 그를 속였다. 조 박사의 당황하는 모습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소위 '빅 재미'를 줬다. 한 방송 프로그램이 집계한 역대 '몰래카메라' 인기투표에서 2위에 오를 정도였다. 이 때의 인연으로 조경철 박사는 이경규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고 한다. (☞ 클릭 - 관련 영상 보기 - '일밤 몰래카메라' 조경철 박사 편)


조 박사는 각종 대외 활동 중에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과학자였다. 근 40년간 아이작 뉴턴의 '프린시피아'를 비롯해 173권의 책을 직접 쓰거나 번역했다. 신문 잡지 등의 매체 기고도 3000건에 이르는 다작이었다. 스케줄이 따로 없는 날에는 하루종일 원고를 썼다. 수년째 비슷한 텍스트를 일부 수정해 개정판을 내는 교수들이 들으면 뜨끔할 소리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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