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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게 야할까, 벗은 게 야할까, 고야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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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270년전 오늘 태어난 화가가 우리에게 묻다

입은 게 야할까, 벗은 게 야할까, 고야의 질문 고야 '옷을 벗은 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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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인 이곳에서 유독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 있다. 프라도 미술관을 대표하는 벨라스케스의 '하녀들'도 있지만 더 시선을 끄는 것은 나란히 걸려 있는 같은 구도의 두 개의 그림,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와 '옷을 벗은 마하'다.

특히 서양 미술로는 처음으로 인간을 모델로 삼은 누드화로 알려져 있는 '옷을 벗은 마하'는 몸 일부조차 가리지 않은 완전 나체를 그렸고 음부는 그림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며 손은 머리 위로 들고 있어 가슴이 훤히 드러난다. 게다가 시선은 도발적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살짝 웃음 짓고 있어 200여년 뒤의 관람객도 쉬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30일은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태어난 지 270년이 되는 날이다. 고야는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고 당대에도 궁정화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그림 때문에 종교재판에 회부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바로 '옷을 벗은 마하' 때문이었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누드화를 금지하고 있었다. 새로 그리는 것은 고사하고 왕도 선대의 누드화를 없애려고 했다고 한다. 기존의 누드 작품들도 신화를 다룬 것이었고 뒷모습만 그리거나 신체 일부를 나뭇잎 등으로 가린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고야가 인간을 모델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정면으로 누워 있는 여성의 누드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최고 권력자인 마누엘 고도이의 주문 때문이었다.


입은 게 야할까, 벗은 게 야할까, 고야의 질문 고야 '옷을 입은 마하'


'마하'는 스페인어로 풍만하고 요염한 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야는 '옷을 벗은 마하'뿐만 아니라 '옷을 입은 마하'도 고도이에게 그려줬다. 고도이에게는 누드 미술품을 모아 놓은 방이 따로 있었는데 여기서 그는 '옷을 벗은 마하'를 걸고 그 앞에 도르래로 '옷을 입은 마하'를 설치해 움직이며 두 그림을 감상했다고 한다. 도르래로 '옷을 입은 마하'를 올렸다 내리며 '옷을 벗은 마하'를 봤다면 마하의 옷을 벗기는 느낌도 들었을 법 하다.

당대 권력자가 감상하던 이 그림이 문제가 된 것은 고도이가 1808년 실각하면서부터다. 종교재판소가 고도이가 소장하고 있는 누드화를 압수했고 고야의 '옷을 벗은 마야'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재판에서 고야는 이 그림의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그림은 더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세간에서 꼽은 마하의 유력한 후보는 고야와 연인 관계라고 알려졌던 알바 공작부인이었다. 알바 공작부인과 밀회를 즐기던 고야가 연인의 누드화를 그렸고 작업실에 누군가 들이닥쳤을 때 감추기 위해 같은 구도의 '옷을 입은 마하'를 한 점 더 그렸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고야가 다른 그림에서 다룬 알바 공작부인의 모습과 마하가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명문이었던 알바 가문은 명예 회복을 위해 1945년 공작부인의 유해를 발굴해 법의학자에게 감정까지 의뢰했지만 유골 훼손이 심해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다.


또 한 명의 후보는 이 그림을 소장한 고도이의 애인이었던 페피타 츠도우다. 2013년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법의학이 찾아내는 그림 속 사람의 권리'라는 책을 통해 마하의 정체가 츠도우라고 했다. 고야가 그린 알바 공작부인의 초상화와 비센테 로페즈가 그린 츠도우의 초상화에 대한 생체정보 분석 결과 츠도우가 알바 공작부인보다 마하와 더 유사했다는 것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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