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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사판에서 피땀 흘렸는데…대형 건설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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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건설사 임금체불
하청업체 불법 재하도급 논란
후진국형 하청구조 개선 안하면
임금체불 반복될 수밖에 없어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필요

건설업 위기는 단순히 하청업체 전이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현장 근로자들 몫으로 전락한다. 하도급에서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의 병폐가 만들어낸 결과다. 발주처에서 시공사로 다시 하청업체로 공사 대금이 흘러가다가 재하도급업체에서 막힌다. 그러면 누구도 책임지기 어려워지면서 근로자만 피해자로 남게 된다.


현행법상 재하도급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실행이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하도급 생태계는 건재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하도급 단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중간 마진을 챙겨야 하는 업체는 늘어나게 되고 하도급 최말단에 선 건설 근로자들 일당은 사라지게 된다. 건설 산업 내 뼛속까지 자리 잡은 재하도급을 잡아내야 위기 속에서도 근로자들의 생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서는 임금 몇 달째 못 받아
[단독]공사판에서 피땀 흘렸는데…대형 건설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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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5위 DL이앤씨가 시공 중인 서울 금천구의 한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는 올해 5월분 임금을 받지 못한 일용 근로자가 30여명에 달한다. 4월분 임금은 아시아경제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10일 뒤늦게 지급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G사에 최초 계약상 도급 대금은 모두 지급했다"며 "이후 발생한 추가 공사비는 내부 검토 중이었고, 다음 달(7월) 중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공사비 중 일부 금액을 G사에 선지급했지만 해당 비용이 근로자 임금으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지급 사실도 일주일 전쯤 인지했다. G사에 임금을 조속히 지급하라고 요청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5월분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G사는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또 "추가 공사비 지급은 현장 책임자와 조율할 사안"이라고 근로자들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들은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을 자사 직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전형적인 불법 재하도급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에 따르면 현장에서 '실행이사'로 불리는 이 현장 책임자는 G사와 근로 계약을 맺은 인물로, G사 소속 인력으로 파악된다.


정상적인 계약 관계라면, 공사비 추가 발생 시 하청업체인 G사가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실제로 근로자들은 G사 명의로 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됐다. 시공사와의 추가 정산은 G사가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고, 이를 이유로 임금 지급을 미루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근로자는 "우리는 G사와 계약했는데, 실행이사라는 개인에게 인건비를 요구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간 시평 24위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중랑구 청년주택 현장에서도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 미장공과 조적공 등 30여명이 지난 3~4월 치 임금 약 2억원을 못 받았다. 지난 1일 타일공 7명은 현장사무소에서 항의 농성까지 벌였다.


태영건설 하청업체 A사는 "발주처와 정산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반면, 시행사 IRDB와 시공사 태영건설은 "대금을 모두 지급했기에 법적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책임 공방이 길어지면서 임금은 수개월째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 현장에서는 자금 운영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건설 침체에 '돌려막기' 막히자 터져 나온 임금체불
[단독]공사판에서 피땀 흘렸는데…대형 건설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건설위기 보고서] 대구 남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인근을 노동자들이 거닐고 있다. 강진형 기자

건설산업기본법은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법망을 비껴간 재하도급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시공사는 1차 하청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이 하청이 다시 2차, 3차로 넘긴다. 표면적으로는 근로계약서나 노무비 지급명세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갖추고 있어 문서만으로는 실제 재하도급이 있었는지 가려내기 어렵다.


재하도급이 아예 불법인 것은 아니다. 발주자가 서면으로 동의하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승인해주면 나중에 공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도 발주자나 원청이 떠안아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정식으로 허가받는 재하도급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재하도급은 공사는 하지 않고 수익만 챙기기 위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전문건설업체가 10억원짜리 공정을 건설사로부터 따낸 뒤 다른 업체에 8억원에 넘기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2억원을 챙길 수 있다. 재하도급으로 중간 마진이 빠져나가면 인건비와 자재비가 줄게 된다. 이는 임금 체불과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과거에는 현장 책임자들이 한 곳에서 손실이 나도 다른 현장에서 받은 돈으로 메우며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지도 없다"며 "공사 자체가 줄어 자금 돌릴 현장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임금 체불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고, 생산성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공정 하도급 제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신영철 한국건설연구원장은 "사실상 하도급이 이뤄지는 순간부터 현장 근로자는 체불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며 "이 같은 후진국형 하청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임금 체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내 건설공사 대부분은 하도급을 통해 완성되고, 하도급 거래는 사실상 건설 생산 체계의 근간을 이룰 정도로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하지만 수급인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어 하도급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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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건설 현장 1607곳 가운데 167곳에서 52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으며 이 가운데 불법 하도급이 197건(37.9%)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위기 보고서' 글 싣는 순서
<1-1> 공사 멈춘 건설현장, 무너진 일용직 삶
<1-2> "3~4곳 추가 부도"…정리대상 된 중견 건설사
<2-1>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
<2-2> 다주택 규제 완화, 지방 부동산 회복 열쇠
<3-1> "하루하루 피 말라" 흔들리는 하청·후방업계
<3-2> 대형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
<3-3> 공기업·지자체도 임금체불
<3-4> 대통령도 나섰다…수직 구조 개혁 시급
<3-5>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
<3-6>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
<4-1> 외국인 건설인력, 내국인 일자리 잠식
<4-2> '외국인 규제' 아닌 '내국인 보호'로
<4-3> 채산성 악화 근본 원인 '잦은 재시공'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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