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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에 맞서 "나에게 조국은 없다"고 한 작가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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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소설가 이병주 탄생 95주년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을 즐겨 하던 그는 작가란 햇빛에 바래진 역사를 새로 쓰는 복원자, 준엄한 사관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든 역사는 승자들을 위한 기록이다. 따라서 당연히 역사는 승리자 중심으로 기술되고 결과만 따지게 된다. 그러나 문학은 역사가 빠뜨리고 간 것을 챙기고 메워준다. 무명의 패배자에게도 발언권을 주고 결과만이 아니라 동기도 중요하게 조명을 한다." 장석주 시인은 그의 책 '나는 문학이다'에 소설가 이병주에 대해 이렇게 썼다.


朴에 맞서 "나에게 조국은 없다"고 한 작가 결국은 소설가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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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나림 이병주가 태어난 지 95년이 되는 날이다.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의 이명산 자락에는 '이병주 문학관'이 있다. 지리산과 가까운 이곳에서 태어난 이병주의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지리산이 스며있다. 그는 유신이 시작되는 1972년 장편소설 '지리산'의 연재를 시작하며 이런 글로 의지를 다졌다.

"나는 지리산을 실패할 작정을 전제로 쓴다. 민족의 거창한 좌절을 실패 없이 묘사할 수 있으리라는 오만이 내게는 없다. 좌절의 기록이 좌절할 수 있을 수도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최선을 다해 나의 문학적 신념을 지리산에 순교할 각오다." 그렇게 '지리산'을 썼고 '산하', '그해 5월', '관부연락선' 등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소설을 남겼다. 손철주 학고재 주간은 한 글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제 이병주를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나누자"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당시 70년 대 중반 젊은이들이 이병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병주는 1961년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하자 '국제신보'에 '나에게는 조국이 없다. 오직 산하만이 있을 뿐이다'는 내용의 논설을 써 반공법 위반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7개월간 복역하고 나와서 중편 '소설 알렉산드리아'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이병주는 소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 경력, 유신 치하의 인권침해, 경제정책 등을 비판했다. 소설가 공지영은 '산하가 된 그 이름 이병주'라는 글을 통해 "유신이라는 독재정권의 코미디 같은 억압과 그 현실의 틈새에서 어떻게든 역사의 잃어버린 한 결을 재현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을 행간으로 느끼며 나는 책에서 밤새 눈을 떼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병주의 행적에 대해서는 비판도 많다. 고 리영희 교수는 '대화'에 이병주와의 인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남겼다. 조선일보를 그만둔 뒤 리영희는 생계를 위해 이병주의 소설을 팔았을 정도로 둘의 사이는 친했다고 한다. '대화'에서 리영희는 "(이병주가) 중편소설 '소설 알렉산드리아'와 '마술사' 등 몇 군을 쓴 뒤라 그걸 출판하려고 스스로 아폴로라는 출판사를 냈어요. 결국 내가 그 책 외판을 한거야. 새끼로 묶어서 들고 다녔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리영희는 이병주에게 독재자의 전기를 쓰겠다는 얘기를 듣고 멀리하게 됐고 그 후 완전히 결별했다고 이 책에 썼다.


유신을 비판했지만 권력과 가까워진 이병주의 행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현실의 문제를 돌파하지 않고 외면하는 유약한 지식인의 모습은 그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의 젊은 시절이 투영된 '관부연락선'의 주인공인 유태림은 일본 유학시절에 그의 일본인 친구 E와 함께 이 관부연락선에 대해 연구한다. 지식인으로서 적극적인 항일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관부연락선이라는 대상에 매달려 당시 급변하던 정세를 비껴가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병주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생전 그의 행보에 대한 엇갈린 평가보다 작품만이 기억되고 있다. 공지영은 "이병주도 산하가 되었다. 지리산을 오르내리던 젊은 파르티잔 청년들도 산하가 되었다. 권력을 쫓아 부나비처럼 떠돌던 현대사의 인물들도 산하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이름 앞에 붙어다니던 '회색 분자'라는 딱지도 함께 산하가 되었다"고 썼다.


"어떤 주의를 가지는 것도 좋고, 어떤 사상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주의, 그 사상이 남을 강요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을 보다 인간답게 하는 힘으로 되는 것이라야만 한다." 이병주는 1970년대 발표한 중편 '삐에로와 국화'에 이렇게 썼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말이지만 정작 40여년이 지난 2016년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되레 '남을 강요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는 주의, 사상'이 힘을 얻고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일까.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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