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與 공약 양만 많고 내용이 없다" 비판
선대위원장 취임후 김종인 '경제민주화' 같은 거대담론 제시할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이 20대 총선공약 보강 작업에 착수한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당 공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칼질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공천작업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여당이 공약 강화로 대야(對野) 공격 프레임을 바꿀 지 주목된다.
22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은 최근 선대위 운영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당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총선 공약이 양만 많고 내용은 빈약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이) 공약이 신선하지 않고 재탕한 것이 많다는 점을 거론했다"면서 "특히 경제정책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대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당에 다양한 주문을 쏟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장관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공약을 들여다봤는데 재정이 들어가는 프로젝트 공약이 전부"라면서 "그런 식이면 총선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못준다"며 공약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확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국민 안전 등을 공약의 3대 축으로 삼고 20가지 실천공약을 마련한 상태다. 21일 발간한 공약집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 진출 기업을 다시 국내로 끌어들이고 중견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포함했다. 또 지역산업과 연계한 규제프리존, 장조경제혁신센터 강화, 사회적 거래소 설립, 재창업자 지원 등도 공약에 넣었다. 이외에 고교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임신 출산 육아 서비스 원스톱 제공,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 복지 관련 공약도 대거 내놨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정소요액은 오는 2020년까지 약 30조원에 달한다는 게 당의 추산이다.
강 전 장관이 당 공약과 관련해 가장 크게 우려한 부분은 큰 방향 보다 구체적인 사업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는 "'공약이 거시보다는 미시적인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민주화'라는 거대담론을 갖고 들어가 당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여당은 큰 그림 없이 이것저것 나열하는 백화점식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강 전 장관이 선대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거시적인 부분에서 야당과 각을 세우고, 그에 따른 공약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에서 정책위의장을 역임했지만 재정건전성을 중요시하는 등 경제정책은 오히려 보수쪽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현 시점에서 강 전 장관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야당을 상대로 한 공격 프레임의 전환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노동개혁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라며 야당심판론을 들고나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당내 공천 문제로 내분을 겪고 있어 효과 높은 공격 프레임을 짜지 못하기 때문이다. 3월 임시국회가 개점휴업상태임에도 여당이 야당을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이 공약 보강작업을 지시하면 야당과의 정책 맞대결이 관심을 끌 것"이라면서 "여야의 프레임전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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