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주요20개국 분석 보고서
상위 그룹에 속했지만 '상대적 착시'
내수·수출·실업 경제지표 최악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향후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경계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내수, 수출, 실업률 등 경제지표 모두 최악의 상황을 가리키고 있어 '상대적'인 평가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주요20개국(G20)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4분기 기준 GDP가 전분기 보다 0.6% 증가해 호주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
G20 가운데 가장 높은 분기별 GDP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인도로 1.7%였으며, 중국은 1.6%, 인도네시아가 1.3%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브라질은 1.4% 감소했으며 일본도 0.3%의 감소폭을 기록해 하위그룹에 속했다. 전체 G20의 분기별 GDP 성장률은 평균 0.7%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9개국은 분기별 GDP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성장률이 늘어난 곳은 인도네시아와 영국뿐이었다.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터키가 집계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대부분 G20 국가들이 경제 성장이 위축된 것이다.
주요 국가들의 경기 침체에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 4분기에 분기별 GDP 성장률은 0.3%로 전체에서 10위를 기록한 이후 작년 1분기에는 7위를, 2분기에는 11위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1.3%의 성장세를 보였던 3분기에 G20 가운데 3위를 차지하며 순위가 급등했다.
연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 성장률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GDP 성장률은 2.6%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G20 중에는 3위다. 3.0%를 기록했던 2013년에는 4위, 2014년에는 3위(3.3%)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을 뿐 장기적인 추세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1분기에 분기별 GDP 성장률은 1.1%를 기록했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2분기 0.5%로 하락한 뒤 지난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3분기에 소비확대정책에 힘입에 1.3%로 높아졌지만 다시 0%대로 하락했다.
OECD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전분기 1.3%에서 0.6%로 현저하게 부진하다(slowed markedly)”고 진단했다. 특히 전분기 보다 GDP가 0.7%포인트나 줄어 9개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낙차를 기록했다.
올해 GDP 성장률도 기대보다 밑돌 것으로 보여 걱정을 더하고 있다. 우선 1분기 분기별 GDP 성장률이 작년 4분기에 이어 0%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은행이 다음달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대로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안요인은 수출과 내수가 모두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상반기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했지만 2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도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7%나 줄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도 1999년 6월 통계 작성 기준 변경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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