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선도사업 후보지로 3곳 선정…인천시 "재정해소·주택공급 일석이조" vs 주민들 "체육공원 조성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정부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후보지로 아시안게임 경기장 주변 3곳을 지정받은 인천시가 정작 지역내 반발이 커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지 매각을 통한 '재정난 해소'와 '중산층 주거 안정' 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시의 계획과 달리 지역주민들과 시의회는 경기장 유휴부지에 뉴스테이가 추진되는 것에 크게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인천 계양경기장·남동경기장·선학경기장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3곳을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 땅은 2014년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을 위해 인천시가 확보했지만 경기장 규모를 축소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경기장을 짓고 남은 땅이다. 오는 7월 뉴스테이 사업 대상지역으로 최종 지정되면 사업 승인을 거쳐 2020년에는 계양 1300가구, 남동 600가구, 선학 1400가구 등 총 3300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사업주체인 인천도시공사는 시 소유의 이 땅을 매각해 재정을 확충하고 임대주택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애초 이 땅은 체육공원이 들어서기로 돼 있어 경기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선학경기장 인근 아파트 입주민은 원안대로 체육공원을 만들어 달라며 최근 3131명의 서명부를 연수구에 제출했다. 계양경기장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도 뉴스테이 건설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구에 제시했다.
인천시의회 역시 뉴스테이가 경기장 유휴부지에 건설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주민들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흥철 (새누리·남동구5) 시의원은 "그린벨트까지 풀어 뉴스테이를 공급하겠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다. 인근 지역주민이 이용할 체육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며 "더욱이 경기장 유휴부지 매각 수익금이 256억원밖에 안돼 결국 인천시 자산인 땅만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무소속·계양구4) 시의원도 뉴스테이 사업 부지 취소를 요구하며 "계양경기장 주변 유휴부지는 국제양궁훈련센터와 같은 체육특화지역으로 키우거나 과거 계획한 야구장, 축구장 등의 건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장 주변 뉴스테이 조성에 반대하는 이유에는 기존 구도심에서 추진되는 도시정비사업에 악영항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그린벨트인 경기장 부지의 가격이 싸고 구도심보다 위치도 좋아 사업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도심 주택재개발사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 의원은 "무분별한 뉴스테이 공급 확대는 정비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기장 유휴부지 보다는 구도심의 정비사업에 뉴스테이가 더욱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추진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천에는 현재 부평구 십정2·청천2, 동구 송림초교 등 구도심 정비사업과 연계한 뉴스테이가 8곳에서 추진중이다. 장기간 침체된 정비사업이 뉴스테이 도입으로 사업에 물꼬가 트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2020년까지 뉴스테이 5만호 공급을 목표로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을 계속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기장 주변 뉴스테이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면서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공사가 경기장 부지를 뉴스테이 사업지로 정부에 건의하는 과정에서 인천시의 뉴스테이 정책부서와 재정관련 부서간 협의가 부족해 뒤늦게 지역의 반대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시 관계자는 "재정상황을 감안해 체육공원 조성을 재검토하라는 감사원 의견도 있어 도시공사가 부채 감축을 염두에 두고 경기장 부지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며 "국토부의 최종 선정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역여론 수렴과 시의회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뉴스테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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