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자동차 대출 시장의 부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신용평가사 피치가 경고했다.
피치에 따르면 지난 2월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비우량) 등급 자동차 대출의 연체율은 20년 만의 최고치로 상승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월 기준 서브프라임 등급 자동차 대출 중 6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5.16%로 집계됐다. 5.96%를 기록했던 199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피치는 세계 금융위기 때에도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5.04%였다고 설명했다.
프라임 등급 자동차 대출의 2월 연체율은 0.46%로 지난해 2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시장의 부실화 위험을 경고해왔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후 은행들이 자동차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미국 자동차 대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대출이 급증했고 이에 따른 부실화 위험도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여러 개의 자동차 대출을 묶어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2000년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초자산의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자동차 대출 시장이 향후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ABS 발행액은 지난해 825억달러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지난해 ABS 발행액은 2005년 이후 최대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