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사측이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신입직원 초임을 낮추는 노사 협상 안건을 제시했다.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제 도입을 위한 기준 마련에도 착수한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회원사 대표들이 참여한 2차 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은행과 금융공기업 등 3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사용자 단체로 금융노조와 산업별 교섭을 진행한다.
이날 협의회가 결정한 안을 보면,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와 고임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권고 등을 임금 동결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2003년 이후 최저이며 순이자 마진율 역시 1.58%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초임은 호봉제 임금테이블 적용을 배제하고 시장임금에 맞게 조정하되 그로 인해 남는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키로 했다. 기존 초임 산정 체계 대신 전체 산업이나 해외 사례 등을 종합해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의회는 “금융권 초임은 주변 경쟁국가는 물론 선진국인 일본보다 높다”며 “시장 임금과 맞지 않는 과도한 초임은 금융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청년 정규직 채용을 가로막고 있으므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 한국의 금융보험업 대졸 초임은 월 328만원(시중은행은 연 5000만원가량)인데 일본은 월 214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경총은 지난달 초 올해 임금조정 권고를 통해 대졸 초임이 3600만 원 이상인 경우 조정해 신규 채용에 써달라고 한 바 있다.
호봉제는 폐지하고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하는 성과연봉제를 올해 내에 도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 직무능력·성과가 현저히 부족한 직원(저성과자)에 대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취업규칙에 마련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한 저성과자 선정, 능력과 성과 향상을 위한 재교육 및 업무 재배치 등에 관한 절차와 방법을 정하자고 했다.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사측 회원사로 구성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4일 출범시키기로 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19일 1차 총회를 통해 금융노조에 공동 TF 구성을 제의했으나 노조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이날 총회에서 재촉구했다. 본격적인 노사 협상은 다음달 초쯤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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